재외국민 모의선거 해보니… 국토 넓은데 공관수 적은 美·호주 투표율 저조

입력 2010-11-16 18:17

14일부터 세계 21개국 26개 재외공관에서 이틀간 진행된 모의 재외국민선거가 평균 투표율 38%를 기록하고 마무리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오전 10시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대한민국 분관에서 시작해 15일 오후 5시(이상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와 밴쿠버 등 북미 서부 3개 지역에서 막을 내린 이번 모의선거에서 등록 선거인 1만991명 중 4203명이 참여해 투표율 38.2%를 기록했다고 16일 밝혔다.

투표율은 스페인대사관(88.2%)과 레바논대사관(87.5%)이 높았고, 호주 시드니 영사관(12.3%)이 가장 낮았다. 특히 지역은 넓지만 공관 수가 적은 미국의 경우 뉴욕과 LA 총영사관 등 4개 공관 투표율이 16∼29%로 평균을 밑돌았다.

이번 모의선거는 2012년 4월 19대 총선부터 도입되는 재외국민 참정권 행사에 대비, 투표관리 절차 등을 점검하기 위해 실시됐다.

투표 결과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먼저 국토가 넓고 공관 수가 적은 지역의 낮은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공관 직원 대부분이 선거관리 경험이 전혀 없고, 공관 고유 업무와 선거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재외선거 준비에 전념하지 못했다.

일본이나 미국 등에 사는 2, 3세 재외 선거인의 한글 해독력이 부족해 공관 직원이 선거 등록을 대리해줘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투표 신고·신청자가 투표용지를 받을 국외 거소를 잘못 기재하거나 각국 우편제도가 달라 반송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외교 마찰을 우려해 포스터나 현수막을 통한 외부 홍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점도 문제다. 선관위는 한인 단체나 현지 한인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한 맞춤형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홍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모의선거를 통해 재외 선거 등록인의 신원과 국적 확인 방안 및 효과적인 홍보 방법 등에 대한 중요한 노하우를 얻었다”며 “2012년 본 선거에 대비해 재외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