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현욱] 미국 중간선거와 한반도
입력 2010-11-16 17:43
이번 미국 민주당 선거 패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다. 경기침체, 10% 정도의 고실업, 정부 재정적자 등 경제문제에 대해 여론이 냉담하게 반응했으며, 8000억 달러를 쏟아 부은 경기부양책과 정부 재정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인식됐다.
두 번째는 국민과의 소통 부재였다. 실제로 오바마의 변화와 경제 살리기 정책은 지지를 받았으나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지 못했다. 예를 들어, 경제 살리기 이외에 지나치게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한 것은 국정의 우선순위가 경제문제가 아닌 당파적 이익에 놓여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미 FTA 장애 넘어야
세 번째로 ‘티파티(Tea Party) 운동’이 공화당 당선에 많은 기여를 했다. 티파티 운동은 오바마 정부의 세금 인상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에 반대하는 친(親)공화당 시민운동인데, 1773년 영국의 식민지정책에 따른 가혹한 세금 징수에 반대해 벌어진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 의해 조직됐으며, ‘세금 인상은 그만(Taxed Enough Already)’이라는 구호로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에 반대하고 추가 과세에 저항했다.
중간선거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미동맹의 경우 이미 관계가 굳건하기 때문에 공화당 역시 별다른 비판의 소지가 없어 보인다. 다만 공화당은 구체적 측면, 예를 들어 한국의 미사일방어체제 가입이나 한국에 대한 무기판매 증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 등에 있어 한국 측 비용 부담도 요구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강경 입장을 취해왔으나, 현재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제재를 일관적으로 추진하는 등 강경 기류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근본적인 정책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공화당의 강경론자들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 위한 입법 추진을 계획하고 있어 또 다른 차원의 강경 노선이 제기될 수 있다.
향후 오바마 행정부는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외교정책 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해 6자회담 재개 쪽으로 정책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최근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연계하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한 것에서도 감지해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천안함 사건 해명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 가능성이 예상된다.
또 중간선거 결과로 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찬성하는 공화당은 한·미 FTA 비준이 완료되면 양국 교역 규모가 680억 달러로 늘어날 것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파트너십(TPP)과도 연계돼 2011년에 비준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한·미 FTA 비준에 우호적인 미 상공회의소 역시 오바마에게 법안 비준에 대한 적극적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 상공회의소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선출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소통 강화와 외교 노력 긴요
그럼에도 장애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높은 실업률과 경기불황으로 미국 국민들의 FTA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상황이며, 공화당 내부 중 티파티 운동과 결부된 일부 보수적 의원들은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내부에서도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 재협상 결과를 놓고 국내적으로 소요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한국 내부의 소통 및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한·미 FTA에 우호적인 상공회의소와의 공조 하에 미 상·하원 주요 의원들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김현욱 외교안보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