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건설 인수, 시장 우려 극복이 관건

입력 2010-11-16 17:41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16일 선정됐다. 현대건설이 지난 2000년 부도와 더불어 워크아웃을 겪고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지 약 10년 만에 원래의 모(母)그룹 산하로 되돌아오기 위한 수순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기업에 대한 ‘팔자’세가 속출했다. 우선 매각 대상인 현대건설 주가는 가격 제한폭까지 추락했고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 주가도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참여한 이번 인수전의 인수가격은 약 3조5000억∼4조원대로 예상됐다. 자금동원 측면에서는 현대차가 유리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10조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에 비하면 현대그룹은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원에 불과하고 부족한 자금을 계열사의 유상증자 및 회사채 발행 그리고 외부 재무적 투자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대그룹이 인수가격으로 5조원 이상을 써내 현대차를 압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이 우려하는 게 바로 이 대목이다. 예컨대 인수가격이 5조원이라면 외부차입이 3조5000억원이나 되는데 현대그룹이 과연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뒤 호된 후폭풍을 겪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예를 잘 알고 있다. 금호그룹은 인수대금 6조원 중 3조원을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조달했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되레 워크아웃의 시련을 겪고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현대그룹이 이번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줘야 한다. 우선 현대건설에 대한 분명한 미래비전 제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금 확보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그룹의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고 해도 그 시너지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고 보면 그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추가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