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길게 끌어 좋을 것 없는 감세 논란
입력 2010-11-16 17:56
감세 논란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엊그제 감세철회에 대한 입장을 각기 밝혔다. 법인세를 내리자는 데는 일치하나 소득세 부분은 약간 차이를 보였다. 안 대표는 최고세율구간을 신설해 현행 최고세율을 적용하자고 했고 박 전 대표는 기존 최고세율을 유지하자고 했다. 어쨌거나 현 정권의 선거공약인 감세 약속은 어긋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신문 인터뷰에서 “원칙대로 감세로 가되 1∼2년 연장 여부는 그때 경제 사정을 봐서 하자”고 말했다. 감세에 매달리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감세 철회 쪽으로 큰 방향이 잡혔다고 봐도 될 것이다.
안 대표 제안은 현재 과표 8800만원 초과 구간에 해당되는 최고세율 35%를 33%로 내리고 새로 과표 1억원 또는 1억2000만원 이상 구간을 만들어 35%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고소득층에서 초고소득층을 분리해 과세율을 달리하자는 발상이다. 이 경우 고소득층 일부는 감세 혜택을 받는다. 야당의 ‘부자감세’ 주장에 여전히 빌미를 준다. 한나라당 일부가 제기한 ‘감세철회’ 주장을 만족시킬 것 같지도 않다. 결국 감세철회 주장에 동조한 박 전 대표 입장이 더 현실적일 것 같다.
투자와 소비를 늘리려고 한 감세의 혜택이 대부분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로 돌아갔다는 통계도 있다. 감세 때문에 빚어진 세수 부족을 간접세로 메우려다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세제와 같은 주요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흘러 정략적 발상이나 공세에 흔들려 일관성을 상실하는 것은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과도한 세금뿐 아니라 불평등한 세금도 민심을 격동시킨다. ‘부자감세’나 ‘감세철회’나 민심을 낚으려는 공방이다. 청년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 같아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현실에서 과표 8800만원 소득자나 1억원 소득자나 구름 위의 존재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고소득자들이 해마다 수천명 이상 늘어나고 있다.
포퓰리즘의 좋은 먹이가 되는 게 조세 정책이다. 이념적 논쟁으로 비화하기 전에 빨리 논란을 매듭짓는 게 낫다. 최고세율 인하가 2012년부터 적용된다고 해서 감세 논란을 내년까지 끌고 간다면 결국 ‘부자감세’ 프레임만 연장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