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정교실, 확산되고 있다는데...
입력 2010-11-16 14:23
[미션라이프]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의 한 예배실. 10명의 교인들이 모여 수입과 지출, 부채와 저축에 대한 성경적 관점과 적용점을 나누고 있었다. 2년 전에 개설된 이 교회 재정교실은 10주 과정으로 주로 토론을 통해 해결점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 널리 퍼져 있는 ‘크라운 재정교실’의 사역 방법을 원용했다.
재정교실 리더 오찬석 집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재정교실에 참석했다. 공인회계사인 그는 “호기심 때문에 참가했는데 재정에 대한 자세와 삶을 되돌아보는 귀한 계기가 됐다”며 “돈만 좇다시피 한 삶과 투자 실패의 원인이 모두 성경적 재정관에서 벗어났기 때문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부부의 의견이 일치한 가운데 재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밝혔다.
남편과 함께 재정교실에 참여한 김희선 집사는 “남편은 많이 나누기위해 많이 벌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저는 필요한 돈은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입장이어서 그동안 서로간 갈등이 많았다”며 “하지만 재정교실을 통해 남편은 돈보다 하나님을 더 의지하게 됐고, 나는 필요한 돈을 하나님께 구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선한목자교회 재정교실과 같이 최근 각 교회마다 성도들을 재정적인 측면에서 올바로 이끌기 위한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금융환란 등의 여파로 교회내에 파산하거나 부채문제 때문에 고통 받는 성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이 그동안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꺼려했던 성도들의 재정문제를 목회적 돌봄 차원에서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교회내 재정교실 확산은 최근 변화하는 목회 트렌드의 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교회 재정교실은 긍정적 측면이 많다. 성경적 재정관 확립을 통해 재정은 물론 신앙생활까지 건강해졌다는 게 참석한 성도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재정교실에 참석한 이후 지긋지긋하던 부채문제에서 탈출할 전기를 마련했다는 성도들의 간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역시 교회내에서 재정 문제를 직접 다루는 것은 민감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성경은 재정문제에 대해 개인윤리적 시각만이 아니라 정의에 입각한 사회제도적 차원의 관점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교회가 재정 문제를 다룰 때에는 보다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 두레교회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재정교육을 시작했다. 두레교회는 삶과 신앙을 접목하는 데 관심이 많던 김진홍 목사의 제안으로 2004년부터 두레성서경제훈련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10명의 교인들이 직접 미국 크라운 재정교실에 참여해 강의를 전수받았다. 한국 실정에 맞게 부조금과 교육비 지출에 대한 성경적 시각까지 자체 개발해 성도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봄, 가을 1년에 두 차례 실시되는 재정교육엔 지금까지 1000여명이 거쳐갔다.
경기도 성남시 할렐루야교회는 3년 전부터 재정교실을 열고 있다. 두레성서경제훈련원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평소 재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김상복 목사의 노력으로 상당수 교인들이 재정교실에 참석하고 있다. 참석자의 절대 다수가 “좀더 일찍 재정교실을 개설했어야 했다”고 토로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교회측의 설명이다. 성도 개개인의 성경적 재정관 확립은 교회 재정관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 목사는 “신앙과 생활이 분리된 이원론적 태도 때문에 성도들은 세상에서는 과도하게 돈에 집착하다가도 교회내에서 재정 문제를 언급하기 꺼려한다”면서 “이제라도 성도들이 성경적 재정관을 확립, 올바르게 돈을 벌고 그 재정을 건강하게 사용함으로써 세상속에서 영향력있는 크리스천들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지갑이 철저하게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김 목사의 지론이다.
래리 버킷과 하워드 데이톤에 의해 1976년 미국에서 설립된 크라운 재정 사역(Crown Financial Ministries)은 전 세계 사람들이 성경적 재정 원칙을 배우고 실행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기독교 사역 단체. 지난 34년간 80개국 7000여만 명에게 성경적 소유, 채무에서 벗어나는 법, 나눔의 비결, 투자와 저축의 방법, 자녀 재정교육법 등을 가르쳐왔다. 2008년 설립된 크라운코리아(crownkorea.or.kr)는 크라운재정사역의 한국 지부 형태로 국내에서 본격적인 재정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크라운코리아 관계자는 “재정교실은 참여 개인들에게는 재정의 안정성을 강화시킴으로써 가정 및 신앙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동시에 성도들의 헌금과 봉사시간이 늘어나는 등 교회에도 활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EPS 청지기 재정교실(epsworld.org), 보아스 파이낸셜의 성경적 재정교실(boazfn.com) 등이 교회를 대상을 재정사역을 실시하는 단체들이다.
이 같은 교회의 재정교실 확산 추세에 대해 이혁배 숭실대(기독교 사회윤리) 교수는 “기독교인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뿐 아니라 경제구조나 제도를 보다 정의롭게 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요즘처럼 경제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는 사회정의의 측면에서 경제 문제를 바라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교회의 재정교실을 ‘경제정의교실’로 확대·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