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내 이름은 장애인 댄서… 나의 춤은 당신의 유희보다 아름답다

입력 2010-11-17 09:55


춤, 비장애인에겐 한낱 몸의 유희에 지나지 않지만 장애인에겐 절망 속에 비춰진 한줄기 희망이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파트너와 하나 되어 춤의 향연에 빠져 있는 동안만큼은 그들에게 몸의 불편함은 더 이상 장애가 아니다.



경쾌한 라틴음악이 흐르는 대전 도솔체육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장애인댄스 경기가 한창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70여 개 팀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룬다.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기엔 3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기에 한 동작 한 동작에 신중을 기한다. 마침내 3분이 흐르고 박수소리가 들리자 참가선수들은 미소를 지으며 무대에서 내려온다. 거기엔 1등도 꼴등도 없다. 그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들 모두는 챔피언이다.

장애인댄서 대부분은 후천적 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비장애인일 때 춤을 한 번도 안 춰본 사람도 많고 심지어 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에게 특별한 댄스를 접하게 해준 사람들은 댄스강사들이 아닌 담당 의사가 대부분이다. 병원에서 재활을 위해 장애인 댄스를 권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장애인댄스가 몸의 재활뿐 아니라 정신적 재활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현재 장애인댄스 라틴부문 아시아 챔피언인 이영호씨는 “제가 사고 전에는 역도도 했고, 권투도 했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활달한 저에게 하반신 마비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아마 장애인댄스를 접하지 않았다면 저는 절망하여 상태가 더욱 악화되었을 것입니다. 장애인댄스는 저에게 제2의 생을 살게 해준 원동력입니다”라며 장애인들에게 댄스를 배워볼 것을 권한다.

처음에 재활목적으로 시작한 장애인댄스지만 선수가 되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수많은 고통에 무릎 꿇지 않아야 가능하다. 허리를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에서 등 근육을 이용해 좌우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보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연습을 휠체어에 앉아서 하다보면 소위 ‘욕창’이 생기게 된다. 심해지면 살을 잘라 내는 수술까지 해야 한다. 이런 신체적 고통 이외에 금전적 부담도 만만찮다. 큰 대회에 나가 메달을 몇 개씩 획득해도 연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늘 생활고에 시달린다. 이러다 보니 어렵게 ‘국가대표’에 뽑혀도 연습에만 몰두할 수 없다. 현재 12명의 국가대표 대부분은 산재 보험금으로 생활하든가, 따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이 춤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하나다. 춤추는 동안만큼은 장애를 잊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몸짓은 오늘도 계속된다.

글·사진=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