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800여만명 찾는 북한산 보존&이용 방안은?

입력 2010-11-16 17:39

북한산국립공원은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산이 갖출 수 있는 모든 매력을 빠짐없이 갖춘 명산이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바위 산 곳곳에 역사유적, 암릉, 계곡, 폭포, 단풍과 벚꽃의 명소들이 산재해 있다.

◇북한산의 위상=도심형 공원인 북한산은 기네스북에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방문한 국립공원으로 등재됐다. 지난해 탐방객은 860만명이었다. 탐방로(74)와 샛길(439) 수까지 세계 최고기록이다. 면적은 79.9㎢(동서 약 6㎞, 남북 약 13㎞)다. 서울 북쪽과 경기도에 걸쳐 있어 이용 수요와 주변의 개발 욕구는 커져만 간다. 서울 북동부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도봉산 북부를 관통한 외곽순환도로, 최근 은평뉴타운과 건설예정인 은평새길에 이르기까지 온통 북한산 생태계를 해치거나 위협한다.

북한산국립공원 경계지역의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 습지, 논, 밭 등 완충지역 생태계가 훼손되고 공원 안의 종 다양성도 낮아진다. 우이령보존회 조상희 회장은 “사람은 건강을 위해 산에 가지만 산은 사람 때문에 살갗이 벗겨지고, 팔과 다리가 잘리고, 허리가 뚫리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보존과 이용의 조화를 위한 대안과 전망=일부에서는 북한산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하고 관리권을 서울시에 넘기자는 극단론도 제기한다. 그러나 북한산은 그러기에 너무 아까운 명산이다. 결국 보존과 이용의 합리적 타협점을 찾기 위해 적정 수용인원의 8배인 탐방객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서울시립대 한봉호 교수는 “케이블카(로프웨이)는 혜택에 비해 자연환경 침해의 영향이 너무 크다”며 “둘레길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2000만 수도권 주민의 휴양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면서 “보전을 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이용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산 입장료 등 부담금제나 탐방금지 조치를 강제하면 안 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들을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주말과 휴일에 주탐방로 예약제를 도입하거나 훼손이 심한 구역을 대상으로 환경보전부담금을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선호한다. 특히 둘레길이 개통된 뒤 샛길 출입금지를 강화하고 기존 탐방로를 축소하는 방안은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공단은 2016년까지 샛길 폐쇄 및 탐방로 축소를 통해 605개 조각을 35개 조각으로 연결시켜 야생동식물 서식공간을 확대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로프웨이 강행=환경부는 둘레길과는 별개로 로프웨이 건설을 적극 추진 중이다. 정연만 자연보전국장은 “국립공원 내 로프웨이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면서 “산악과 해안에 각각 두 곳 정도씩 시범 설치와 모니터링을 거쳐 (확대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산은 유력한 검토노선에 대해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조 회장은 “주봉인 백운대가 머리라면 보현봉은 심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산의 남쪽 서울시내에서 볼 때 백운대는 안 보이는 곳이 많지만 보현봉은 아파트단지에 가려지지 않는 한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조 회장은 “청와대의 뒤통수에 거미줄을 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국립공원 내 로프웨이를 찬성하는 고려대 변우혁 교수도 “보현봉은 많은 등산객이 다니는 곳에 인접해 있고 서울시내와 백운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주봉 가운데 하나”라면서 “등산객에게 지장을 주는 보현봉 노선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