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목사 사과발표 보름, 삼일교회 표정

입력 2010-11-16 13:47


[미션라이프] “작년 가을 무렵 교회와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한 사실이 있어 이를 회개하는 마음으로 사임서를 제출했다”는 전병욱 목사의 사과문이 삼일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 보름. 15일 오후 8시 삼일교회 소예배실에서는 전 목사를 위한 비공식 중보기도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주로 이 교회 청년들이었다. 중보기도회는 이날 외에도 매주 월요일, 수요예배 후, 주일예배 후에도 열리고 있다. 월·화 중보기도회는 한 사역자가 개인적으로 인도하는 비공식 기도모임이란 게 교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예배실을 울리는 수백명 성도들의 기도소리는 이들이 전 목사의 회복과 복귀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9시가 넘어서도 이들의 기도소리는 잦아들 줄 몰랐다. 기도 속엔 전 목사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도 들어 있었다. 한국 교회가 부활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간구했다.

기도회를 마치고 나온 청년들에게 물었다. 진심으로 전 목사가 돌아오길 바라는지, 외부의 시선 때문에 어려움은 없는지, 피해 자매는 어떤 상황인지. 하지만 청년들은 답변을 꺼리거나 “누구의 허락받고 온 거냐” “기사 맘대로 쓸 거 아니냐”고 되레 따졌다.

하지만 교회에서 만난 또 다른 교역자는 삼일교회 상황에 대해 비교적 성실하게 답변해 줬다. 이날 열린 기도회에 대해 “기본적으로 회개하자는 입장을 지닌 기도회”라고 설명하면서도 “오히려 이렇게 기도회를 하는 게 더 욕먹는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기도회를) 안할 순 없지 않는가”라며 기도회에 대한 고민이 있음을 내비쳤다.

전 목사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성도들이 목사님의 복귀를 바라고 있고 나 역시 그렇다”며 “양들이 오랫동안 목자의 (말씀의) 양식을 먹었는데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외부적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교회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일부 성도들이 목사님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의견을 몰아가는데 우리는 그저 기도하며 기다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거듭 교회의 공식 입장을 묻자 그는 “성도들의 입장은 모르겠지만 일단 교역자들의 기본입장은 사과문의 표현 그대로 죄송한 마음이 먼저다”며 “사역은 계속 진행되지만 목사님의 사임여부, 복귀여부에 관해서는 아무런 결정된 사안이 없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피해 자매에 대해서는 “일단 자매가 외부로 드러내길 꺼려하고 있고 현재 자매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서 “아마 이 정도 됐으면 교회에는 정이 떨어지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교회가 이렇게 기도회를 하면서 목사님을 기다리는 게 자매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목사의 부재 이후 삼일교회 성도수가 줄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삼일교회 근처 카페들을 돌아봤다. 대부분의 카페들은 매출에 큰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예전보다 매출이 늘어난 곳도 있었다. 수요예배, 금요 철야예배 이후엔 예전에 비해 다소 타격이 있지만 주일 매출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한 카페 관계자는 “이 지역은 대부분 소위 ‘교회 장사’를 하는데 다들 결정적으로 크게 타격받은 곳은 없다고 본다”며 “성도들도 목사님의 고백이 용기 있다고 여기는 분이 많고, 일단 믿음이 깊지 않은 사람들만 다 나간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카페는 전 목사 사건 이후 매출 감소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목사 사건은 교계에서도 이슈지만 일반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MBC PD수첩은 취재를 다 마쳤지만 내부 심의과정에서 방송이 중단됐다. 이에 대해 담당 PD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제보도 들어왔고 인터뷰, 자료조사도 됐지만 방송적합성에 대한 심의에서 보도 안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교계의 자정작용으로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는 점도 방영 여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트위터 글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 PD는 방송 중단 이유에 대해 10월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증거나 증인이 없어서도 아니고 신빙성 문제도 아닙니다. 종교단체 내부의 자정을 바라기 때문이고(중략) 그런 목사나 비호하는 일부 교인들을 위해 털끝만큼도 전파를 낭비하기 싫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취재는 했지만 방영이 되지 않자 일부 교인들이 ‘PD수첩이 취재했는데 별 문제가 없더라’라는 식으로 호도를 해서 PD수첩의 입장을 정리해서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양민경 인턴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