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자감세’ 부분손질로 가닥… 법인세는 예정대로 인하 추진

입력 2010-11-15 21:32


한나라당이 고소득층의 소득세에 대한 감세 기조엔 손을 대되, 법인세 감세는 유지하는 쪽으로 감세 논쟁의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안상수 대표에 이어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각각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주춤하던 감세 논쟁이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은 유지, 법인세 최고세율은 예정대로 인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재정 건정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소득불균형이 심화됐다”며 소득세 최고세율 유지를 강조했다. 그는 법인세에 대해선 “기업들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염두에 두고 투자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변경하면 기업이 이미 세운 계획을 바꾸게 된다”며 “(기존대로 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주변국과 경쟁력 우위를 유지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도 “소득세에 1억원 또는 1억2000만원의 최고세율 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현행 35%의 세율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세법은 8800만원 초과 구간에 대해 2013년부터 세율을 33%로 낮춰 감세를 하게 돼 있다. 안 대표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은 감세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이를 보완하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세와 별도로 법인세에 대해서는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의 이유로 예정대로 감세를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인세의 경우 과표 2억원 초과에 대해 22%에서 20%로 감세토록 돼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당 대표에 이어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까지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 기조에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두언 최고위원과 소장파들이 제기했던 감세 철회 목소리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세 철회는 이명박 정부 정책 기조와 맞지 않다’고 한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을 압박했다. 그는 “최고구간 감세는 2012년부터 하도록 돼 있는데 어떻게 이 정부의 정책 기조에 안 맞는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상황에 대한 몰이해 아니면 과잉충성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감세 철회 문제를 다룰 의총 소집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던 소장파 의원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기환 의원은 “의총에서 현 시점에서 추가 감세가 필요한지, 소득세와 법인세에 감세 철회를 같이 적용할지 따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기존 감세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기본 원칙은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감세 기조대로 가는 것”이라며 “한국에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법인세는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소득세에 대해서도 “그대로 가되, (감세 유예를) 연장할지는 2012년에 가서 결정하면 된다”며 “지금 감세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재위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감세정책의 기본을 유지하자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최고세율 인하는 2012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내년 정기국회에서 결정하면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세 논쟁이 당·청 갈등을 촉발하게 될지, 또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가 이명박 정부 하반기 여권 권력구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나래 남도영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