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겉도는 노인요양시설] 뒷북 대책 그만!… 시설평가 의무화해야

입력 2010-11-15 21:18

(3·끝) 전문가들이 말하는 개선안

전문가들은 경북 포항시 인덕동 인덕노인요양센터에서 지난 12일 발생한 화재 참사를 ‘예고된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노인요양법)이 시행되면서 노인요양시설은 크게 늘었지만 관련 행정 시스템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노인요양시설의 질적 제고를 위해 복지 인력 확충과 관리·감독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제도 정비·시설 평가 이뤄져야”=이번 참사에서 불은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사망자는 10명이나 됐다.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이 치매나 중풍 등의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탓에 화재가 나도 미처 대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방법상 연면적 400㎡ 이상의 건물에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요양시설은 연면적 378㎡에 불과해서 경보기를 설치할 이유가 없었다. 또 2008년 소방법 개정으로 연면적 300㎡ 이상인 노인요양시설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불난 건물은 2007년 1월부터 쓰여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도의 허점을 미리 파악해 고쳤으면 이번 참사와 같은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그간 이뤄져온 관계 당국의 감독 역시 유명무실했다고 덧붙였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요양시설에 대한 감독은 하지만 실질적인 계도 활동은 제대로 안 했다”며 “특히 개인사업장(사설 요양원)은 정말 허술하게 관리된 만큼 앞으로 철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노인요양시설 시설 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을 추진키로 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평가 결과에 따라) 노인요양시설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예산 확충 절실”=노인요양시설 종사자에게 전문성을 길러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간 노인요양시설은 시설 운영자가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관리 인력을 줄여 나머지 인력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는 문제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병식 서울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는 “건물의 설비 등도 문제가 있지만 노인요양시설 종사자들이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며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 과정에서 120시간 정도의 실습을 거치지만 이마저도 현장에서는 도움이 안 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예산 확충 역시 선결 과제다. 일각에서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사설 요양원’에서 볼 수 있듯 정부가 노인 복지 문제를 민간에 맡기는 형태에서 벗어나 직접 ‘요양 수요’를 챙길 것을 주문한다.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는 “현재의 정책은 노인과 장애인 등 복지혜택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도해야 할 복지 정책이 민영화 쪽으로 기울어 버리면 빈곤층은 복지 혜택을 거의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고 교수는 “시장주의적으로 변질된 복지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