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식사’ 세계문화유산 될까?… 등재 땐 첫 ‘美食’ 유산
입력 2010-11-15 21:14
프랑스식 식사가 첫 미식(美食)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을까.
케냐 나이로비에서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선정위원회는 모두 51개 후보 중 ‘사라질 위기에 처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을 선정한다. 최대 화제는 프랑스가 제출한 ‘프랑스 사람들의 아름다운 식사(the gastronomic meal of the French)’다.
프랑스는 “우리의 아름다운 식사는 생일과 결혼, 가족 기념일에 함께 모여 중요한 순간을 축하하는 전통적인 사회적 관습”이라고 내세웠다. 프랑스가 제시한 ‘프랑스식 식사’의 핵심은 지역 농산물을 엄선해 만든 4가지 코스 요리와 포도주다. 코스는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 생선 혹은 고기 요리, 치즈, 디저트 순으로 진행된다. 그릇과 숟갈, 나이프와 포크를 놓는 방식부터 손님을 위해 메뉴를 미리 인쇄해 나눠주는 관습까지 문화유산에 포함시켰다.
프랑스는 “전통과 관습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춘 미식가(gastronomes)가 이 모든 의식을 감독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전통문화를 전달한다”고 강조해 ‘미식가’를 일종의 전문 직업으로 삼을 뜻을 내비쳤다. 등재 신청을 주도한 프랑스유산·미식사절단(MFPCA)의 아닉 빈은 “식사는 음식문화의 실험적 연구소이며 관습을 모두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지난 7월 유네스코가 자문을 의뢰한 전문가위원회는 “안 될 이유가 없다”며 호의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프랑스의 음식 전문가들은 “우리 음식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고 AFP통신이 15일 전했다. 프랑스식 식사가 세계 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미식 문화가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오르게 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 프랑스는 2008년에도 이를 등재 신청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이 신청 이유를 설명하며 “프랑스 음식이 세계 최고”라고 실언한 게 화근이 돼 주변 국가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탈리아는 스페인 그리스 모로코와 함께 ‘지중해식 식사’를, 멕시코는 옥수수가 주류를 이루는 ‘멕시코식 식사’를 각각 무형문화유산으로 신청했다.
한국도 시조에 곡을 붙여 관현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전통음악 ‘가곡’과 목재건축 장인인 대목장, 매사냥 등 3건을 등재 신청했다. 매사냥은 체코, 벨기에, 프랑스,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이 공동으로 신청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