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비가격 요소에 성패

입력 2010-11-15 21:09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본 입찰이 예상대로 현대가(家)의 집안싸움으로 확정됐다.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양쪽 다 최소 예상가(3조50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써낸 것으로 보여 비가격 요소에 대한 평가가 희비를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외환은행 등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건설 최종 입찰에 이 두 그룹만 참가했다. 입찰제안서를 마감한 채권단은 이날부터 심야 심사를 벌인 뒤 16일 오후 1시30분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이날 오후 1시40분쯤 일찌감치 입찰 접수 장소인 조선호텔에 나와 다섯 상자 분량의 서류를 제출했다. 진정호 현대그룹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한 현대엠코 조위건 사장은 마감 15분 전인 2시45분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뒤 “여러 가지를 감안해 경제적 가격을 써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 자금조달 및 경영계획 능력, 사회적 책임 등 비가격 요소도 고려할 방침이다. 비가격 요소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2006년 대우건설 매각 당시 처음 도입한 방식이다. 무조건 높은 가격만 써내면 인수하는 관례를 탈피해 무리한 차입 인수나 인수 기업의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 적용됐다.

비가격 요소 평가 비중이 높아지면 현대그룹이 다소 불리하다.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은 현금성 자산만 10조원 이상이어서 무차입 인수가 가능하다. 반면 현대그룹은 내부 유보금 약 1조5000억원에다 현대상선 유상증자와 부산신항 지분 매각, 동양종합금융증권의 투자 등 차입금을 포함해 4조8000억여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향후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대그룹으로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가격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지난 14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을 확정, 심사팀에 전달했다. 채권단은 현대건설 보유 주식 4277만4000여주 가운데 총 발행주식 수 대비 34.88%인 3887만9000주를 매각한다. 한편 이날 현대건설 주가는 위아래로 7% 넘게 출렁대며 요동쳤다.

강준구 최정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