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환율 시대… 해외 인터넷 쇼핑 급증

입력 2010-11-15 18:30


두 아이를 둔 주부 김미진(36·여)씨는 주로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쇼핑을 한다. 김씨는 얼마 전 아이들의 겨울 신발 두 켤레를 미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배송료를 포함해 7만원에 샀다. 미국 쇼핑몰에서 한 켤레에 약 2만3000원에 판매되는 이 신발은 국내 백화점에서 사려면 배 이상인 4만9000원을 줘야 한다. 두 켤레를 살 경우 배송료를 감안해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약 3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저환율이 계속되면서 김씨와 같은 해외 인터넷 쇼핑족이 늘고 있다. 15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올해 해외 구매대행 물량은 지난해보다 40∼50%가량 증가했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월 평균 3만∼5만건의 해외 구매대행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대규모 구매대행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직접 거래해 집계되지 않는 것까지 더하면 해외 쇼핑에 따른 택배 물량은 더 늘어난다.

해외 인터넷 쇼핑족의 증가는 환율이 떨어진 것과 관련이 깊다. GS샵이 운영하는 해외 구매대행 쇼핑몰 ‘플레인’의 매출 실적은 환율이 치솟던 2008년 3분기(7억4000만원) 때 가장 낮았다. 하지만 환율이 낮아지기 시작한 지난해 2분기부터 매출은 계속 상승 추세다. 플레인의 지난 1∼10월 매출액은 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억원보다 1.6배, 2008년 26억원보다 2.5배 증가했다.

KT커머스가 운영하는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 ‘엔조이뉴욕’은 회원수가 280만명에 이른다. 하루 사이트 방문 인원수는 15만∼17만명이고 지난달까지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다. 이는 2004년 사이트 개장 이후 연평균 성장률인 12%보다 높은 수치다.

낮은 환율이 해외 인터넷 쇼핑에 불을 지피기는 했지만 소비자들이 해외 사이트를 찾는 이유는 해외 직접 구매가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브랜드 제품을 국내에서 사면 ‘이름값’이 더해지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다. 결혼을 앞둔 이혜진(31·여)씨는 지난여름 국내에서 30만원가량 하는 유명 브랜드 그릇 세트를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배송료 포함해 절반 가격인 15만원에 샀다. 이씨는 “국내에서 사려면 할인을 해도 이 가격에 결코 살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국내에 없는 제품도 많을 뿐더러 훨씬 싸게 살 수 있어 해외 쇼핑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인터넷 쇼핑을 이용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배송료를 포함해 가격이 15만원을 넘어서면 금액에 따라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15∼20%가량 부가된다. 배송 과정에서 명백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환불도 안 된다. 반품 과정이 복잡하고 반품 배송료도 직접 부담해야 한다.

엔조이뉴욕 관계자는 “달러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같은 제품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20∼30% 이상 저렴하다”며 “70% 이상 할인 행사가 진행되는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 있어 올 겨울 해외 인터넷 쇼핑족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