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이후 정치후원금 씨 말라… 의원들 “앵벌이라도 나설 판”
입력 2010-11-15 18:14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회의원들의 정치 후원금 모금에 비상이 걸렸다. 검찰 수사 여파로 10만원 이하 소액 후원금까지 끊어지면서 정치 후원금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A의원은 15일 “청목회 사건 이후 소액 후원금 모금이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지인들을 찾아가 앵벌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A의원은 평소 100만원 이상 고액 후원금은 절대 받지 않았다. 주로 10만원 이하 소액 후원금이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특히 이런 소액 후원금 중에는 정무위 소관기관의 노동조합에서 대가없이 보내온 후원금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청목회 사건 이후 소액 후원금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 A의원실 관계자는 “대출을 받아 지역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 연말까지 후원금이 걷히지 않으면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B의원의 사정도 좋지 않다. 초선인 B의원은 그동안 교과위 소관기관에서 보내온 후원금은 받지 않았다. 대신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 50∼100명씩 소액 후원자를 소개받아 후원금 한도를 채워 왔다. 그러나 올해는 청목회 사건으로 동료 의원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B의원실 관계자는 “재선 이상 의원은 비교적 후원회가 잘 조직돼 있어 소액 후원금이 줄어도 큰 문제가 없지만 초선 의원은 당장 입는 타격이 크다”며 “소액 후원금이 줄어들면서 정치 후원금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C의원도 소액 후원금이 끊겨 전전긍긍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소관기관 노조 인사들이 먼저 찾아와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11월이면 매일 100만원씩 들어오던 후원금이 올해는 10만∼2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연말이 되면 후원계좌를 새겨 넣은 명함을 돌리거나 소관기관에 후원을 요청하는 팸플릿을 보내는 등 분주했지만 요즘은 주변 시선이 부담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C의원실 관계자는 “국토위, 지경위, 정무위 등 인기 상임위는 소관기관 노조 등에서 보내는 소액 후원금 비율이 전체의 50∼70% 정도 된다”며 “특히 지방 출신 의원들은 대도시 출신 의원들보다 소액 후원자가 적어 기관이나 단체에 의지하는 비율이 높다”고 전했다.
소액 후원금이 끊기면 기댈 곳은 친구나 학교 동문 등 지인뿐이라고 이들 의원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소수에 의존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A의원은 “소액후원금이 위축되면 오히려 몇몇 거액 후원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청탁이나 외압에 더 취약해진다”면서 “소액 후원금의 장점을 살리면서 투명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