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판결, 실형 불구 ‘윗선’· 檢 뒤늦은 압수수색 등 논란 여전
입력 2010-11-15 21:31
법원이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한 것은 공직자 기강을 점검해야 할 이인규 전 지원관 등이 처음부터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가 민간인인 줄 알면서도 계속해서 사찰을 강행한 불법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전 지원관 등이 2008년 9월 당시 국민은행이나 NS한마음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김씨를 사장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보유한 75%의 회사 지분 전체를 양도받은 사실, NS한마음의 사장실을 강압적으로 수색하고 불법적으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 증거자료를 제출받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이 전 지원관의 공모 여부에 대해 “수시로 보고를 받고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사실을 알았다면 적극적으로 경위 조사와 처리를 지시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4명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만 했을 뿐 증거인멸을 실행한 지원관실 직원의 ‘대포폰’ 사용과 청와대로 지칭되는 ‘윗선’ 개입 의혹 또는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실수사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판결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행위들의 불법성 여부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 진행 과정에서 “이강덕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힌 이 전 지원관의 법정 진술이 나온 점으로 볼 때 윗선 개입 의혹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게 됐다.
검찰이 총리실에서 압수수색한 하드디스크에서 ‘민정수석 보고용’이라는 폴더가 나왔고, 조사관 원모씨 수첩에 ‘BH(청와대의 별칭) 지시사항’이라는 문구가 수시로 등장한 부분도 법적인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 최모씨가 대포폰을 지원관실 장모 주무관에게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지만 이 부분 역시 검찰 수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오는 22일 지원관실의 증거자료 인멸 과정에서 대포폰을 사용한 장모 주무관에 대한 선고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재수사 및 국정조사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지원관실을 뒤늦게 압수수색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강력한 어조로 반박했다. 특별수사팀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신경식 1차장검사는 15일 “우리가 달랑 수사의뢰서 한 장만으로 곧바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은 법 상식 없이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