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산증가율 연간 19.2%… 황금의 땅”
입력 2010-11-15 18:11
지난 6월 29일 하나은행은 3억1600만 달러를 들여 중국 지린(吉林)은행 지분 18%를 사들인다고 깜짝 발표를 했다. 한국계 은행이 중국 내 은행 지분을 확보하기는 처음이었다. 하나은행이 지린은행에 지분투자를 한 것은 동북 3성(지린·랴오닝·헤이룽장성)이라는 ‘배경’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동북 3성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반면 외국계 금융기관이 많이 진출하지 않았다. 368개에 이르는 지린은행 지점 네트워크가 영업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중국법인은 지난 8월 25일 베이징 중심부로 베이징 분행(일종의 지역본부) 사무실을 옮기며 프라이빗 뱅킹(PB) 영업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8월 말 현재 우리은행 중국법인의 현지고객 비중이 55%에 이른다. 이제는 토착은행으로 승부를 걸 때다. 그 첫걸음이 부자 공략”이라고 했다.
한국계 은행들이 대대적인 중국 상륙작전을 벌이고 있다. 앞 다퉈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분행, 지행(지점)을 촘촘하게 엮고 있다. 선진국 은행들이 금융위기 여파로 주춤하는 지금이 거대시장 중국을 선점할 기회라는 판단이다.
◇‘엘도라도’ 중국=중국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성장력에 있다. 15일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중국 은행업의 연평균 자산 증가율은 19.2%에 이른다. 2003년 27조6000억 위안이던 은행업 총 자산은 지난해 78조8000억 위안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국 금융회사의 총 자산 규모는 한국의 4배 수준으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규모다.
여기에 해마다 큰 폭으로 거액 자산가가 늘고 있다. 지난 4월 발간된 중국의 후룬(胡潤)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1000만 위안(약 18억원) 이상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는 87만5000명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중국이 5∼10년 내 세계 최대의 프라이빗 뱅킹(PB) 시장으로 떠오른다고 내다보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낮은 시장 점유율도 매력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1.71%에 불과하다.
◇공략 키워드는…=승부수는 ‘현지화’와 ‘차별화’다. 2007년 11월 현지법인을 세운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새로운 개념의 직불카드를 내놓으며 열풍을 일으켰다. 기존 중국 직불카드와 달리 수수료 면제, 해외 이용 기능, 가맹점 할인 및 포인트 적립 서비스 등을 더했다. 지난 6월 말까지 1년여 동안 신규 발급건수가 3만5000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나은행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현지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하나은행 중국법인 직원 가운데 현지인은 93%에 이른다. 지행장(지점장)과 상하이·선양 분행장에 중국인을 앉히고, 여신 심사도 현지인에게 맡겼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영업망 확충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8월 현지법인을 개설한 외환은행은 2014년까지 동북 3성 등 전략적 거점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