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무상급식의 추억

입력 2010-11-15 17:50

1960년대에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옥수수빵을 나눠줬다. 요즘 식빵보다 퍽퍽한 빵이었다. 보통 1개씩 주고, 청소 당번이나 숙제를 잘한 학생, 고아들에게는 1개씩 더 줬다. 지역에 따라 옥수수죽을 끓여서 주기도 했다. 매일 빵을 준 것은 아니었다.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들뜬 학생들은 빵을 책가방에 넣거나 보자기에 싸서 집으로 내달리곤 했다. 양지바른 곳에서 동생들과 빵을 나눠먹거나 일부는 어머니에게 주기도 했다. 자녀로부터 빵을 받은 어머니들은 시래기를 넣은 옥수수죽을 끓여 자식들의 허기를 달랬다. 하루 두 끼 먹기도 쉽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은 시설 개선비를 볼모로 잡고 무상급식을 늘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생 무상급식 예산을 올해 132억원에서 내년 1162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서울시가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도 초등학교 1∼3학년생에게는 공짜 점심을 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학교 신설, 교실 증축, 교실·화장실 개보수 등 시설 개선비는 올해 6835억원에서 내년 4985억원으로 1850억원 줄였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관내 모든 초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할 방침이지만 10여개 기초자치단체가 재정 사정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효율적 배분을 해야 한정된 예산 집행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건 당연한 상식. 시교육청의 예산 편성은 이러한 상식을 저버린 행위일 뿐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전체 학생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예산을 짜야 한다.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교육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교 안전(31.7%), 사교육 줄이기(19.9%), 학교 시설 개선(13.9%), 친환경 무상급식(13.6%) 순으로 나타났다. 6·2지방선거에서 득표율 34.34%로 어렵게 당선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유권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부터 기울여야 한다.

서울시는 급식 지원 대상을 올해 소득 하위 11%에서 내년 16%로 늘리기 위해 278억원을 배정하고,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추진하는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시가 선심성 정책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잘한 처사다. 시의회는 내달 15일까지 시 예산안을 심의·의결한다. 어떻게 예산을 짜는 것이 시민을 위한 것인지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바란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