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강탈한 성공회 강화읍성당 鐵 난간 “침략 전쟁 참회합니다”

입력 2010-11-15 19:02


67년 전 일제에 강탈당했던 대한성공회 강화읍성당 정문 계단 난간이 일본인 성도들의 성금으로 제자리에 복원됐다.

1900년 11월 15일 축성된 강화읍성당은 대한성공회 120년 선교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는 대표적 교회다.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현존 최고(最古)의 교회이자 일제 침략의 상처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43년 전쟁물자 공출을 이유로 이 교회 정문 계단 난간과 종을 뜯어갔다.

2008년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성공회 도쿄교구 사제와 성도들은 안내를 맡은 유시경 신부에게 이 얘기를 듣고 “우리 조상이 저지른 일, 부끄럽고 사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어느 70대 성도는 “일본성공회가 원래대로 복구하면 좋겠다”며 즉석에서 2만엔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성공회는 난간 복원을 위한 모금을 진행했고, 복원 비용 700만원을 한국에 보내왔다.

14일 인천 강화읍성당에서 교회 축성 110주년 기념 감사성찬례와 계단 난간 복원 제막식이 열렸다. 다니 쇼지 오키나와교구장(한·일성공회 협동위원회 일본 측 위원장) 등 일본성공회 관계자 40여명으로 구성된 ‘화해와 평화의 순례단’이 강화읍성당을 찾았다.

김근상 대한성공회 관구장은 설교에서 “강화읍성당 축성 110주년이 되는 뜻 깊은 이날,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이해에 한·일성공회가 함께하고 있다”며 “오늘의 난간 복원으로 인해 그동안 미완으로 있던 강화읍성당이 비로소 완성된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 관구장은 “훌륭한 신앙의 유산을 물려받은 우리가 이제 신앙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새 역사를 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니 교구장은 “부끄러운 역사를 알고 모른 체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비록 작지만 자기 힘으로 상처 입은 역사를 바로잡고 회복시키겠다는 기도와 결심이 이 행사로 이어지게 했다”고 말했다. 일본성공회 소속 전 교회가 이날 주일 감사성찬례 시간에 한일병합을 참회하고, 한·일 양국의 화해를 바라는 내용의 기도를 드렸다고 다니 교구장은 전했다.

강화읍성당 정문에는 난간 복원을 기념하는 표지판이 양국 성공회 이름으로 세워졌다.

“…일본성공회 성직자와 신자들은 과거 일제가 일으킨 침략전쟁을 참회하고, 한·일 양국의 진정한 화해와 동아시아의 평화 공존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정문 계단 난간을 복원하여 봉헌하였습니다. 대한성공회는 과거의 과오를 참회하고 평화를 향한 교회의 영원한 사명을 역사 속에서 실천한 일본성공회의 용기에 감사와 연대의 뜻을 표합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