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비운의 사나이 김재범, ‘금메달 恨’ 풀었다
입력 2010-11-14 00:32
한국 유도가 극일(克日)을 넘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13일 유도 경기 첫째 날 금메달 3개에 이어 둘째 날에도 금메달 2개를 추가했다.
김재범(25·한국 마사회)은 14일 중국 광저우시 화궁체육관에서 치러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81㎏ 이하급 결승전에서 종료 2분 15초를 남기고 안다리 걸기로 쇼키르 무니노프(우즈베키스탄)를 한판승으로 제압했다.
김재범은 지난 9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서기까지 ‘비운의 사나이’, ‘2인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원희, 왕기춘 등 강자가 즐비하던 73㎏급에서 경쟁을 펼치던 김재범은 체급을 바꾸는 중대 결단을 내리며 승부수를 띄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81㎏급으로 체급을 올려 대표로 나섰으나 간 기능 문제로 컨디션이 나빠지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며 동메달에 그쳤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치러진 여자 70㎏ 이하급 결승에서는 황예슬(23·안산시청)이 북한의 설경을 상대로 12초 만에 반칙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설경은 황예슬의 업어치기에 이은 어깨로 매치기 기술을 걸던 중 머리를 매트에 대고 넘겼다. 머리를 매트에 대고 넘기는 기술은 부상 위험 때문에 금하고 있어 심판은 설경의 반칙패를 선언했다.
이날 2개의 메달을 추가하면서 한국은 전날에 이어 유도에서만 5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주국 일본을 위협했다. 첫 승전보는 김수완(22·용인대)이었다.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기 때문에 금을 기대하지 않았던 김수완은 남자 유도 100㎏ 이상급에서 그야말로 ‘깜짝’ 금메달을 땄다. 대표팀의 맏형 황희태(32·수원시청)도 후배에 이어 유도 남자부 100㎏ 이하급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부에서는 78㎏ 이하급에서 정경미(25·하이원)가 금을 메쳤다. 정경미도 결승에서 오가타 아카리(일본)를 경기 종료 47초를 앞두고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이겼다.
반면 종주국 일본은 첫 날 유망주 대부분이 한국에 무릎을 꿇으며 금메달 하나에 그쳤다. 이날도 여자 63㎏ 이하급의 우에노 요시에와 남자 90㎏ 이하급 오노 다케시가 금메달을 추가했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광저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