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장 된 뒤에도 변함없이 작은 교회 살리기 앞장서는 박재열 목사
입력 2010-11-14 17:43
[미션라이프] 지난 10일 기자의 휴대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총회장 박재열(61·동선교회) 목사가 농어촌교회의 목회자와 선교사 자녀들에게 총회장 1년 치 판공비를 후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교단 총회장이 농어촌교회를 살리겠다며 이렇게 직접 후원금을 내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박 총회장은 농어촌교회 등 작은 교회 살리기의 당위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리고는 총회장 1년치 판공비 2000만원을 본보에 냈다. 조건은 없었다. 박 총회장은 이날 후원금을 전달하며 교단 정치에 뛰어들게 된 배경을 귀띔했다.
“교단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처음엔 무척 망설였죠. 특히 ‘누가 돈을 더 썼느냐’가 당락을 좌우하는 한국 교회의 선거 풍토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도 가운데 결심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좀 더 확장하는 데 이 한 몸 헌신해야겠다고요. 그동안 초교파적으로 추진해 온 작은교회 살리기운동의 경험과 노하우를 교단에 접목해 전도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박 총회장은 2002년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를 조직,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운동본부는 목회자 부부 세미나와 전진대회, 목회사관훈련 등을 통해 현장 중심의 목회와 전도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세례 많이 주는 작은 교회와 전도한 성도들을 시상하며 농어촌교회를 선발해 제주도 2박3일 여행을 시켜주기도 한다.
운동본부는 매년 100여곳의 미자립교회를 선발, 10개월 동안 전도 물품을 포함, 30만원씩 지원한다. 선정된 교회의 목회자들은 철저한 훈련과정을 거친다. 매달 한번 목회자 부부 세미나에 참여하고, 매주 4일 이상, 하루 4시간 이상 전도를 해야 한다.
그는 교회 퇴직금까지 가불해 이 운동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700여 교회를 선정, 수억원의 재정을 지원했다. 참석한 미자립교회에게 교회 부흥 및 전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모두 자비량이다.
“담임하고 있는 교회의 빚이 40억원 정도 됩니다. 하지만 몇 년 후 퇴임할 때까지 100억원의 빚을 질 생각입니다. 나와 가족을 위해 쓴 것은 그냥 쓴 것이지만, 영혼 구원을 위해 사용한 것은 그냥 쓴 것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교회 후임자가 내가 이뤄놓은 교회를 그냥 공짜로 가져갈 수는 없잖겠어요?(웃음).”
박 총회장이 이날 설명한 작은 교회들의 문제는 다양했다. 물질도 부족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예수 그리스도, 즉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열정이 크게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교회가 전도에 힘쓰지 않다 보니 문 닫는 교회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총회장은 교회는 ‘유람선이 아닌 구원의 방주’여야 한다고 했다. 교인들끼리 교제하는 것이 아닌, 불신자를 한 명이라도 더 건지려고 노력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구원선 교회는 많지 않습니다. 동선교회가 있는 서울 강동구만 해도 10년 전 교회가 500개가 넘었는데 현재 370개로 줄었어요. 기성 교인들이 큰 교회로 이동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는 교회가 지향해야 할 사역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교회는 불신자 전도에 전념해야 합니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