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이후] 현장 취재기자들이 전하는 뒷얘기

입력 2010-11-14 18:37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성과와 과제를 남기고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G20 회의는 지난 네 차례와는 달리 사전 준비에 상당한 시간과 예산을 들였습니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국격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랬던 만큼 이번 회의 종료에 맞춰 서울 G20 취재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로부터 회의 전반에 걸쳐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시민들과 기업들 행사 참여 정도는 어땠다고 봐야 할까요.

△행사 기간 심각한 교통 혼잡이 빚어지지 않은 건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일의 경우 11일보다 서울 시내 교통량이 늘고 2부제 참가율이 낮아졌습니다. 이는 하루 전 도로가 의외로 막히지 않았다는 소식에 차를 몰고 나온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됐지요. 이에 대해 시민들이 행사에 동참한 측면도 있지만 교통 정체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2부제에 참가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화제도 많았습니다. 저명한 CEO들이 비즈니스 서밋을 마친 뒤 전반적으로 좋은 인상을 갖게 된 것 같은데요.

△개막식 사회를 본 다보스 포럼의 쉬왑 회장은 비즈니스 서밋이 끝난 뒤 한국 고위 관계자가 소감을 묻자 자신이 다보스 포럼 사무국 직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여줬다고 해요. 그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서울 비즈니스 서밋 대성공. 특히 비즈니스 리더들의 시각이 정상회담에 반영된 것은 획기적. 다보스 포럼의 이상과도 일치함. 앞으로 비즈니스 서밋 제도적 공고화 예상됨. 향후 다보스 포럼도 비즈니스 서밋과 협력해 여기서 나온 의견이 계속 반영되도록 해야겠음.”

-국제미디어센터(IMC) 내에 상주한 수많은 내외신 기자들에게 뉴스 브리핑은 원활하게 이뤄졌습니까.

△상주 기자만 1000여명이나 됐습니다. 브리핑에는 장관급 인사들이 자주 나섰는데 때로는 어색한 광경도 벌어지곤 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그만큼 신경 쓴 것까지는 좋았지만 질의 응답시간에 기자들이 별로 관심을 안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때로는 사회자가 질문하고 발표자가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외신 기자가 가장 많이 몰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 기자등록을 하고 취재비표를 받아간 언론인 수가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 때보다 300여명이 더 많았습니다. 준비위가 발급한 취재비표는 3164개(내신 1907명, 외신 1257명)로 토론토 회의 2871개보다 300여개 많았지요. 청와대 관계자는 “올림픽 등을 포함하더라도 한국에 가장 많은 외신 기자들이 몰려왔다”고 평가하더군요.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는 건 한국의 전통적인 풍습인데요. 혹시 과공(過恭)으로 비칠 만한 부분은 없었을까요.

△코엑스 1층 IMC에선 모든 게 무료였습니다. 매끼 제공되는 호텔 뷔페식, 커피, 쿠키, 물, 음료수는 물론이고 프린터 이용까지.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프레스 킷에는 청사초롱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 화장품 등도 들어 있었고요. 미국, 영국, 캐나다로 이어졌던 어떤 정상회의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접이었습니다. ‘서프라이징’ ‘어메이징’이란 말이 나온 것도 당연하지요. 이에 대해 조직위 측은 “경호 차원에서 코엑스 인근 상가가 모두 문을 닫았으니 이들을 쫄쫄 굶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설명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회의장 의자나 소품 배치까지 챙길 정도로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말 이후부터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의제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G20 회의 개최 한 달여 전부터는 의장으로서 원만한 사회 진행과 합의 도출을 위해 회원국 경제현안 수치까지 외우다시피했다고 합니다. 특히 ‘G20 Seoul Summit’이라는 표현과 관련해서는 “런던의 경우 ‘The G20 London Summit’이라고 쓰던데 우리는 왜 ‘The’가 빠졌느냐”고 지적, 준비위 관계자가 “The를 빼도 되고, 빼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서울 회의는 특별하니까 ‘The’를 넣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별 소득 없이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이와 관련해 생각나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난 12일 정상회의가 끝난 뒤 오후에 벌어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가 질문해 주기를 애타게 바랐지요. 그러나 한국 기자들은 나서지 않았습니다. 마침 기사 마감 시간이어서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탓이지요. 오바마 대통령이 그 때 한국 언론에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정부의 G20 과잉 홍보라는 논란도 있었지요.

△그렇게 알려진 부분도 있지만 G20 준비위원회는 “관제 홍보는 상당히 자제했다”고 말했습니다. G20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유럽연합(EU) 홍보부서로부터 ‘한국의 G20 관련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홍보 관련 기법을 배우고 싶다’는 이메일이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EU 관계자가 유투브나 트위터에 올라온 한국의 ‘G20 정상에게 바란다’라는 이벤트, 캠페인송 등을 보고 연락해온 것이지요.

-이번 회의의 성과를 차분하게 평가한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번 정상회의가 큰 성과를 냈다는 데에 대해선 의견이 다소 엇갈립니다.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 확정 대신 시기만 못 박은 게 그렇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지금껏 해 왔던 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지요. ‘코리아 이니셔티브’라며 내세우던 금융안전망, 개발 등 이슈에 대해선 이번에 ‘환영’ 정도의 뜻만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애초 이 정도 이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조직위 관계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기자들이라도 그냥 성공으로 써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G20에 맞춰 조선왕실의궤와 외규장각도서 반환이 이뤄지게 된 것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 G20가 남긴 걸 한마디로 정리해 봅시다.

△의제, 회의 방식, 준비 상황 등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힘이 커졌다는 걸 느끼고 우리도 국제 회의를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건 커다란 소득이 아닐까 합니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G20 이창용 기획조정단장과 최희남 의제총괄국장, 김용범 국제금융시스템개혁국장, 권해룡 무역국제협력국장 등은 하나같이 “너무 많이 배웠다”고 말하더군요. 지금까지는 국제 회의장 보이지 않는 자리에 우리나라가 있었다면 이제 협상을 어떻게 이끌어내는지, 의제를 어떻게 만드는 지 등을 직접 경험하면서 우리 목소리도 어느 정도 낼 수 있게 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