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LG화학 오창 제2전지 공장… R&D 예산 40%, 최고 기술력 자신
입력 2010-11-14 00:32
미국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은 5년 안에 전기자동차 2만5000대를 구입하기로 지난 11일 결정했다. 이 중 1만2000대는 제너럴모터스(GM)의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인 ‘볼트(Volt)’로 정해지면서 이튿날 LG화학의 주가(38만8500원)는 전날보다 8500원이나 뛰었다. GM 볼트의 ‘심장부’나 마찬가지인 중대형 배터리(자동차용 2차전지)를 LG화학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후 충북 청원군 오창 과학산업단지에 위치한 LG화학의 중대형 2차전지 공장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으로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지난 6월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간 이곳에서는 GM의 볼트를 비롯해 현대·기아차의 아반떼, 포르테, 소나타 하이브리드카 등의 배터리가 생산 중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850만셀(cell).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 40만대에 장착할 수 있는 규모다.
안전작업복과 마스크, 모자, 신발을 착용하고 ‘에어샤워실’을 통과한 뒤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금세 눈이 뻑뻑해지는 느낌이었다. LG화학 현장 관계자는 “제품에 영향을 미치는 최대의 적은 습도”라며 “특히 전지 조립 공정에서는 내부 습도가 1% 미만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공장 내부는 복잡한 전자장치와 제품을 운반하는 소규모 컨베이어 벨트가 눈길을 끌었다. 생산품이 공정단계에 따라 이동하는 즉시 품질관리가 실시간 이뤄지는 구조다. 차량에 쓰이는 중대형 2차전지의 제조공정은 전극공정과 조립공정, 활성화 공정 등 크게 3단계로 나눠진다.
전지의 양·음극을 만드는 전극공정을 거쳐 조립 단계에서는 양극재와 분리막, 음극재를 겹쳐 쌓은 뒤 접어서 포장 및 전해질 첨가 과정을 거쳐 밀봉하는 작업까지 이뤄진다. 활성화 공정에서는 수일간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숙성’기간을 거쳐 모두 1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타 경쟁사보다 생산효율이 30% 이상 높다는게 LG화학 측의 설명이다.
특히 특허 기술인 안전성강화분리막(SRS)은 LG화학의 자랑거리다. SRS는 리튬이온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전지 내 리튬이온의 통과를 돕는 막)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하는 기술이다. LG화학 기술연구원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은 “SRS 덕분에 2차 전지의 내구성과 안전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업체들도 이 특허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특허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김 소장은 지적했다.
현재 R&D(연구·기술) 예산의 40%를 배터리에 투자하고 있는 LG화학은 2015년까지 전기차 분야의 매출을 3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또한 주행거리는 3배로 늘리면서 원가는 3분의 1로 줄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수년 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