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학생 동영상 찍고 짧은 치마 재활용 덧감 제공… 뚱딴지 같은 체벌금지 매뉴얼

입력 2010-11-14 18:43


서울시교육청은 14일 체벌금지 후속 대책으로 문제 학생 대응 방법을 담은 매뉴얼을 발표했다. 그러나 ‘교사가 화가 나면 흥분을 가라앉힌다’ ‘잠자는 학생은 동영상 촬영한다’ 등 원론적이고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아 졸속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교육청이 발표한 ‘문제행동 유형별 학생생활지도 매뉴얼은’ 흡연, 지각, 교사에 대한 불손한 언행 등 18가지를 ‘문제행동’으로 분류하고 ‘이렇게 지도해 보세요’ ‘그래도 안 될 때’ 등 문제행동에 대한 단계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또 교사들이 이미 시행하는 방안을 모범 사례로 들기도 했다.

문제는 매뉴얼의 대부분이 지극히 당연하고 원론적인 내용이라는 점이다. 우선 체벌금지 후 가장 빈번한 문제인 ‘교사지도에 대한 불손한 언행’에는 ‘교사와 학생이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갖고 별도의 장소로 학생을 불러내 지도한다’ ‘학생의 공개 사과를 통해 교권을 확립한다’ 등 추상적인 지침을 제시했다. 또 학교 담장을 넘어 등교하는 학생에게는 ‘담을 넘는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결과를 예측하게 한다’는 예시를 제시하고, 염색한 학생에게는 ‘염색이 두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고 하는 등 하나마나한 지침도 많다.

현실 적용이 어려운 내용도 적지 않다. 수업 중 잠을 자거나 음식을 먹는 등 학습태도가 불량한 학생은 동의를 받아 수업시간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음주나 흡연이 의심되는 학생에게는 ‘학생 동의 하에 음주 흡연 측정기를 사용해 지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황당한 처방을 내린 지침도 있다. 매뉴얼은 변형 교복을 입는 학생에게 ‘재활용 교복을 제공하거나, 치맛단을 늘려야 할 때 재활용 교복을 이용해 옷감을 제공한다’고 주문했다. 멀쩡한 교복을 변형시키는 이유가 ‘멋 부리기 위해서’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엉뚱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매뉴얼은 그래도 지도가 안 되면 성찰교실 격리, 학부모 면담 등 새로운 학교생활 지도규정에 따라 문제 학생에 불이익을 주도록 했다. 이는 기존에 발표한 체벌금지 후속 방안을 ‘재탕’한 것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