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용서’] 팔레스타인 크리스천은 그들 모두를 용서한다

입력 2010-11-14 19:55


태어날 때부터 이슬람교를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이스라엘 내의 팔레스타인 자치구. 이곳에 크리스천이 숨어 살고 있다. 이들은 꿈에서 계시를 받거나 우연히 성경을 접하는 식으로 기적처럼 예수님을 만났다. 그렇지만 모두가 잠든 새벽, 산에 오르거나 가정집에 모여 은밀히 예배를 드린다. 이슬람을 배반하면 반드시 처단된다는 이슬람 교리교육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어서다.

이스라엘과 지금까지도 영토분쟁, 테러, 종교 갈등으로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살고 있는 이 땅에 희망의 물결이 일고 있다. 다음 달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용서’에서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용서’는 16만 관객 기록을 세우고, 지난해 5월 모나코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받은 기독교 영화 ‘회복’의 제작진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내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또다시 메가폰을 잡은 김종철 감독은 “이슬람의 땅 팔레스타인에서 주님을 간절히 사모하는 크리스천을 보고 이들의 절절한 신앙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위험한 고비도 있었다. 시위 현장에서 이스라엘군을 향해 날아오는 돌을 가까스로 피하거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잡기 위해 뛰어오는 이스라엘군과 맞닥뜨리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이 촬영을 막고 일부 스태프를 연행해 조사한 적도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크리스천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을 인터뷰할 땐 다른 장면들도 함께 찍는 위장촬영도 진행했다. 그렇다면 ‘용서’에 등장하는 팔레스타인 크리스천은 어떤 모습일까.

‘라미’는 가자지구 성서공회 서점 직원이었다. 성서공회는 정부의 허가를 받은 공식 교회지만, 무슬림에게 전도하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인 블리 나니아는 한때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남편이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천국에 갔다는 것을 깨닫고 비로소 평안을 되찾았다고 고백했다. 나니아는 현재 가자지구 내의 비공식 기독교단체들의 후원을 받아 살고 있다.

‘회복’에 출연했던 데이비드 오르티즈 목사에게 전도를 받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전도자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사빗’은 아내와 네 명의 자녀를 둔 가장. 그는 회심 이후 크리스천 동료가 죽임을 당하고, 자신 역시 총알이 든 협박편지를 받는 등 신변의 위협을 받아 신앙을 포기하려고 했으나 기도 가운데 주님의 음성을 듣고, 시편 23편을 읽으며 믿음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을 위한 지역사업장을 세우던 어느 날, 동네 사람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혐의는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반역죄. 반년이 넘도록 법정을 오가며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사빗은 믿음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채 도전과 희망을 주고 있다.

왜 영화 제목이 ‘용서’일까. 김 감독은 “촬영 중 만난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은 한결같이 자신을 핍박한 이스라엘 군인과 무슬림을 용서했다”며 “남편을 돌로 쳐 죽인 무슬림, 13세 아들을 총으로 쏴 죽인 이스라엘 군인을 용서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신앙고백”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해결책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준 용서와 사랑뿐”이라고 답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