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풀려난 아웅산 수치] 민주화 행보 재개 예고… ‘미얀마의 봄’ 앞당길까

입력 2010-11-14 00:31


아웅 산 수치 여사(65)가 13일 7년 만에 석방되면서 미얀마에 또다시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 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치 여사는 지난 7일 20년 만에 실시된 총선의 부정선거 여부를 조사하는 활동에 참가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치활동과 민주화 운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수치 여사를 노르웨이 오슬로에 초청했다.

릐수치 여사 석방한 미얀마 군정 속내=수치 여사의 석방에 대해 AFP통신 등 해외 언론은 13일(현지시간) 미얀마 군정이 이번 총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친군부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80% 넘는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수치 석방으로 독재정부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것뿐이라는 분석이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민주화운동가 마웅 자르니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군정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어떤 핑계로든 수치 여사를 다시 구금시키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AI) 역시 “수치 여사의 석방은 단지 불법적으로 기간을 연장한 연금 상태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결코 미얀마 당국이 양보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릐수치 여사, 민주화 활동 재개=수치 여사는 총선 직후 변호사 니얀 윈을 통해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부정선거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한 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 절대적 신망을 받는 수치 여사가 부정선거 문제를 적극 거론할 경우 미얀마 정국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 전문가들은 야권이 수치 여사를 중심으로 재집결, 민주화 운동에 적극 나설 경우 정부 측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수치 여사가 지나치게 비타협적인 노선을 견지해 미얀마 정치권의 교착 상태가 더욱 심화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군부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현실 속에서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이 벌써부터 제기됐다. 태국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전문가 아웅 나잉 우는 “수치 여사가 비타협적 노선을 유지하는 한 그녀는 어떤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릐군부 출신 민정(民政)은 민주화로 가는가=미얀마 군정은 총선을 앞두고 수치 여사 등 야권 주요 인사들의 출마를 원천봉쇄했다. 또 유권자에 대한 협박과 뇌물 살포 등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총선의 공정성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미얀마가 인도네시아처럼 군부 출신 민정을 거쳐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일각에서 있다. 테인 세인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해외 언론에 “우리를 더 이상 군사정부로 부르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48년간의 군부독재로 폐쇄정책을 취해 온 미얀마에 미세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총선, 수치여사 석방은 물론 그동안 군부가 소유하던 자산을 속속 매각하는 민영화·개방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 나비 필레이는 수치여사 석방에 대해 “미얀마 당국이 민주화 의지가 있고 내부 화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면서 “수치 여사는 이 과정에 분명히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