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겉도는 노인요양시설] 계단에 잠금장치… 불나면 탈출 ‘막막’
입력 2010-11-14 18:34
(2) 열악한 현장 가보니
‘불나도 못 끄고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다.’
화재 시각지대에 놓인 노인요양시설의 현 주소다.
주말인 13일 찾아간 부산 G요양원에는 비정규직인 50대 여성 혼자 덩그러니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 여성은 “정규직 직원이 아니어서 건물 내 소방 설비나 화재 대처법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위급상황 발생 시 효과적인 대처가 이뤄질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특히 주말과 휴일 오후에는 정규 직원들이 대부분 퇴근하고 없어서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사실상 속수무책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요양원은 이사장이 횡령혐의로 구속되고 인사문제에 따른 노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파행 운영되고 있다. 한 직원은 “시설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평일 근무도 건성으로 하는 직원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날이 갈수록 행태가 심해지고 있어 ‘포항 인덕요양원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포항 인덕노인요양원에서 사고가 났을 때 60대 요양보호사가 함께 있었지만 환자를 대피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울산 S요양원은 각 층으로 통하는 계단에 번호 키 출입문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노인들이 야간에 무단으로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상황판단이 명확치 않은 노인들에게는 화재발생 시 탈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계단도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운영상 문제점은 이곳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된 후 간단한 신고만으로 시설을 세울 수 있게 되면서 영세한 시설들이 전국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노인요양원은 2600여곳으로 참사가 일어난 인덕요양원과 같은 C등급 이하가 85%(2200여곳)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재탐지기조차 없는 영세한 시설이 대부분인 셈이다.
노인요양원의 위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노인요양원 대부분이 규모가 영세한 특성상 부지 구입 문제 등으로 도심 외곽에 위치한 곳이 많아 화재 발생 시 초동대처가 어렵다.
강원도내 노인요양원은 179곳으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험준한 산악지형이 많아 일부 요양원의 경우 소방이나 구조차량의 접근조차 어렵다.
요양보호사들은 “쇠약한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곳인 만큼 사고 발생 시 초기 응급구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소방당국에서 이번 기회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춘천·울산=윤봉학 정동원 조원일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