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환율 문제·中 긴축 움직임… 글로벌 경제 ‘3대 변수’ 촉각
입력 2010-11-14 18:10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불거진 아일랜드발 유럽재정위기, 중국의 긴축정책, 환율 문제 등 3대 주요 변수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3대 악재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서로 다른 재료들에 영향을 주고받는 상승 작용을 일으켜 국내외 금융시장에 막대한 충격파를 몰고 올 수 있다.
아일랜드 구제금융설로 인한 파장은 지난 12일 유럽의 5개국 재무장관들이 긴급성명을 통해 채권 보유자에게 미칠 영향을 일축하자 일단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연 8.95%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던 10년 만기 아일랜드 국채 이자율은 12일엔 연 8.14%로 떨어졌다. 국제 채권투자자들은 그러나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가능성뿐 아니라 이로 인해 유럽의 4, 5대 경제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재정위기가 번져갈 수 있음을 더 우려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이 경우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시장으로 향하던 유럽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위축돼 증시에 타격을 줄 수 있음에 주목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일랜드 금융 불안 자체의 충격보다는 조세피난처인 수도 더블린에서 출발한 헤지펀드 등 자금의 유입이 대거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안한 유로지역 금융 불안은 아일랜드의 내년도 예산안 공개가 예정된 다음 달 7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그리스 구제금융에 찬성했다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가 아일랜드 구제금융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여기에다 G20 합의 사항인 신흥국들의 자본 유출입 규제 발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외국인 자금 유입 기피가 가속화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탈 수도 있다. 지난 12일 외자유입규제가 허용될 것이라는 소식에 원·달러 환율이 19.9원이나 급등한 점을 이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럽 재정위기와 맞물릴 경우 달러 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 최대 부담이다. 게다가 서울 G20회의에서 정상들은 시장이 만족할 만한 환율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주식의 경우 저점보다는 고점에 이르렀다고 인식되는 시점에서 외부변수들이 갑자기 작용할 경우 급격한 하락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환율변동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채권시장의 경우 그간 원화가치가 하락할 경우 외국인들이 채권 매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의 긴축 우려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키우고 있다. 지난 12일 5%대까지 폭락한 상하이 종합지수의 영향이 국내 증시에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향후 은행권에 대한 지불준비율 강화 등에서 나아가 실제로 중국 당국의 움직임이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강력한 수단으로 구체화된다면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