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헌 드라이브’… 與 노림수는?
입력 2010-11-14 18:16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14일 개헌 논의 공론화를 위한 ‘3단계 접근법’을 제시했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여당 대표가 개헌 문제를 다시 화두로 던진 셈이다.
안 대표는 “개헌 문제를 한나라당과 국회가 적극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백업’ 역할을 맡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제시한 3단계 접근법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거론됐던 방식과 달라진 게 없다. 1단계로 의원총회를 통해 개헌 필요성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고, 2단계로 야당과 협의한 다음, 3단계로 국회 차원의 개헌특위를 구성해 공론화한다는 것이다.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당내에서, 그리고 여야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15일부터는 상임위별 예산안 및 법안 심사가 집중되는 만큼 오는 22일 이후부터 개헌 문제 등과 관련한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언론이나 학계, 정계 원로들 사이에서 개헌할 때가 됐다는 여론이 일 것”이라며 “특임장관으로서 개헌이 시대적으로 왜 필요한가를 설파할 것”이라고 당의 개헌 드라이브에 힘을 실었다.
이런 여권 수뇌부의 움직임은 지난달부터 G20 정상회의 이후 공론화하겠다고 했던 만큼 여당의 개헌 행보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여러 논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들이 개헌 논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복잡한 정국을 개헌 이슈로 돌파하겠다는 의도도 섞여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의도대로 진행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고, 설령 당내 이견 조정 및 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계속된다 해도 개헌은 여당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실제 안 대표 발언을 전해들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반대하는 등 여권 내 의견통일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우리가 함께할 이유가 없다”며 “왜 남의 집 전쟁판에 들어가 불 끄려 하겠는가. 일고의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