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누구 품으로 갈까… 현대그룹-현대차그룹 ‘2파전’
입력 2010-11-14 00:32
‘왕자의 난’ 소용돌이에 휩쓸려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들어갔다 9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의 새 주인 윤곽이 15일 가려진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이날 입찰을 마감하고 2~3일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의 모태였던 만큼 인수전은 현대가 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현대차) 회장 간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14일 현대그룹 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매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조~5조원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비교적 느긋하다.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8조500억여원에 달하는 등 컨소시엄 전체로는 10조원이 넘을 만큼 실탄이 두둑하다.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건설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다만 현대건설과 현대엠코를 합병해 정의선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시각을 불식시키는 게 과제다.
반면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여원에 불과한 현대그룹은 절박한 상황이다. 해운업 특성상 업황에 일희일비하는 현대상선이 주력 계열사여서 지속가능한 ‘캐시 카우(수익창출원)’가 필요하다. 또 고 정몽헌 회장의 뒤를 부인인 현 회장이 이어받으며 제기됐던 ‘적통성(嫡統性)’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필요도 있다.
전략적 투자자였던 독일 M+W그룹이 최근 컨소시엄 불참을 선언했지만 지난 12일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키로 하면서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였다. 다만 무리한 차입 인수 때문에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크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매우 혼탁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광고를 잇따라 언론에 게재했다. 최근 고 정 회장의 사재출연을 근거로 우선매수청구권을 요구한 것도 향후 입찰 탈락 시 법정 소송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대로 지난 11일에는 현대차그룹 출입 기자들에게 현대그룹 계열사 고위 경영진을 폄훼하는 투서가 배달되기도 했다.
채권단도 ‘긁어 부스럼’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 최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이례적으로 “비가격요소도 중요하다”며 보도자료까지 냈다. 입찰 가격 외에 자금조달 및 경영계획 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자금능력이 부족한 현대그룹을 겨냥한 것’, ‘승자의 저주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 등의 이견이 분분하다. 또 입찰 접수 장소를 갑자기 바꾼 뒤 당일 오전 10시에 알려주겠다고 통보하는 등 끊임없이 잡음이 생기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