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소리 없는 뼈 도둑’ 잡아라

입력 2010-11-14 17:35


주부 김모(52)씨는 며칠 전 아침, 전화를 받으려고 일어서다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현기증으로 털썩 주저앉은 뒤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심한 허리 통증을 느꼈다. 결국 가족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이송돼 검사를 받은 그에게 의사는 척추 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른바 골다공증에 의한 척추 압박골절이란 병이다. 김씨는 그저 주저앉은 것만으로도 골절 부상을 입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멀쩡하던 척추 관절에 갑자기 금이 가 극심한 요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50세 이상 장·노년층이 대부분이다. 특히 폐경기 여성들 가운데 흔하다.

바람 든 무처럼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작은 충격(압박 자극)에도 쉽게 뼈가 부러지게 되는 골다공증이 주원인이다. 의사들이 흔히 골다공증에 대해 ‘소리 없는 뼈 도둑’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원장은 “압박골절에 의한 척추 뼈 부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 중 여성이 남성보다 약 6배 정도 많다”며 “검사를 해보면 골밀도가 조밀하지 못하고 골 강도도 약한 골다공증 환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장·노년층 압박골절 환자 중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폐경기 여성 호르몬의 결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은 뼈를 구성하는 주성분인 칼슘 흡수를 증가시키고 뼈에서 칼슘 성분이 빠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작용을 한다.

여성 호르몬의 분비량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폐경기가 되면 이전의 약 10분의 1 정도만 분비된다. 따라서 폐경 후 약 4∼5년 사이에 칼슘 성분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가 마치 비스킷처럼 뼈가 푸석푸석해지고,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부서져 납작하게 변형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로 인한 압박골절은 주로 요추와 흉추가 만나는 부위와 대퇴골, 손목뼈 등에 많이 발생한다.

이 같은 압박골절을 막기 위해선 정기검진을 통해 특별한 증상이 없이 진행되는 침묵의 질환, 골다공증의 진행 정도를 감시하고 균형 있는 식습관과 적절한 약물요법으로 뼈가 더 이상 푸석푸석해지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특히 폐경 전후의 50대 이상 여성이라면 누구나 1년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골다공증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상재홍 교수는 “꾸준하고 규칙적인 골밀도 검사를 통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하면 골다공증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며 “아울러 칼슘 배설을 촉진하거나 칼슘 흡수를 억제하는 흡연 및 음주 행위를 삼가는 등 생활요법의 실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판 골다공증 치료제로는 부족한 에스트로겐과 칼슘을 보충해주는 호르몬제제와 칼슘제제, 체내의 칼슘 대사를 촉진하거나 칼슘 배설을 억제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 비타민 D, 라록시펜, 칼시토닌 계열의 비(非) 호르몬제제가 있다.

이중 호르몬요법은 폐경 후 3∼4년 동안만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폐경과 함께 갑작스런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골다공증이 급속히 촉진되는 것을 막자는 게 주된 목표인데다, 5년 이상 사용할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비 호르몬제제 가운데는 포사맥스(MSD), 악토넬(한독약품), 본비바(로슈) 등의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약들이 전체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의 85.6%를 차지할 만큼 가장 많이 처방된다. 나머지는 비타민 D제제(6.9%), 라록시펜제제(5%), 칼시토닌제제(2%) 등의 순이다. 이들 골다공증 치료제는 2009년 기준 총 2139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