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폐막] 영유권 분쟁후 정상회담 두 표정… 日·中 ‘냉전’, 日·러 ‘설전’
입력 2010-11-14 18:25
일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중국 및 러시아와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와 쿠릴열도 영유권 분쟁 이후 일·중, 일·러시아 간 첫 공식 정상회담이다. 일단 관계 정상화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되지만 회담 분위기가 냉랭하고 형식이나 내용 등에 있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다.
◇일·중 정상의 22분간 형식적 만남=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오후 APEC이 개최된 요코하마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전략적 호혜관계의 촉진과 경제 협력, 민간교류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불투명했으나 일본 측의 간절한 요청을 중국이 받아들여 22분 정도 진행됐다.
두 정상의 만남은 일단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센카쿠열도 사태 이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 보복, 양국 간 교류중단, 양국 내 잇따른 반중·반일시위 등 극단으로 치닫던 양국관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이 이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문제를 보다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약속한 건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회담에서 양국 정상의 굳은 표정, 회담 뒤 협의 내용에 대한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나 공동 기자회견이 없었던 점 등으로 미뤄 회담이 형식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양국 관계가 본격적인 개선 국면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일·러 정상의 영토 설전=간 총리는 후 주석과 회동한 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쿠릴열도 영유권 분쟁의 해결책 등을 논의했다. 간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러시아 대통령과 상호 신뢰를 토대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양국의 신뢰 관계를 위한 기초를 다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회담에선 날선 공방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간 총리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일본의 반대에도 쿠릴열도의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를 방문한 것과 관련, “우리 국민의 입장과 감정상 수용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쿠릴열도는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영토”라며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