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 건설 중”… 대외 협상카드 활용 의도인 듯

입력 2010-11-14 00:30

북한이 미국의 핵 전문가에게 실험용 경수로 1기를 건설 중이라고 밝힘에 따라 정부가 북한의 경수로 건설 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로스앨러모스 핵 연구소장을 지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13일 베이징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근 북한을 방문해 경수로 건설 사실을 전해 들었다”며 “영변에 건설 중인 경수로의 발전용량은 25~30㎿(메가와트)”라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이제 막 경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면서 완성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표준형 원자로가 1000㎿임을 감안하면 북한의 실험용 경수로는 30분의 1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다.

현재로선 북한이 자체적으로 경수로를 건설할 능력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경수로 건설을 위한 특별한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 등을 위한 협상용 또는 시위용으로 경수로 카드를 들고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는 제네바 합의에 따라 1997년 함경남도 금호지구에서 경수로 건설에 착공했으나,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계획(HEUP)이 불거지면서 2005년 말 공사를 중단했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경수로 건설기술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며 “소형이라도 완공까지는 4~5년이 걸리기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남북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계기로 잠시 열었던 이산가족면회소 등 금강산 내 우리 측 시설을 다시 동결·몰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