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 ‘정치 西方’

입력 2010-11-14 18:55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9일자 사평(사설)에서 “‘정치 서방(西方)’이 존재하는 건 황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 ‘정치 서방’이 존재하는 시대가 아니며, 혹 존재하면 깨뜨려야 한다는 논리다. 이 신문은 중국의 외교정책을 대변한다.

‘정치 서방’은 냉전시대 소련을 겨냥한 서방 국가들의 공동대응을 의미한다. 소련 붕괴 이후 이 개념은 중국을 겨냥한 서방 국가들의 공동대응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평은 “서방에서 소련에 대처하기 위해 뭉치는 것과 같은 (냉전)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면서 “세계에서 2번째 소련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전략이 거론되고, 국제사회에서 중국 위협론이 제기되는 데 대한 적극적인 반론으로 보인다.

사평은 “현재 국가 간 관계는 ‘적이 아니면 친구’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고 있다”면서 국익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국제관계를 강조했다. 미국 일본도 중국과의 협력에 따른 거대한 현실적 이익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평은 ‘정치 서방’을 깨뜨리기 위해 중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우선 유럽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유럽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정치 서방’ 동원력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서방이란 개념에서 정치화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방이 중국에 통일된 전략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프랑스와 포르투갈을 방문하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끄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영국 대표단의 방중을 초청했다. 유럽 중시로 ‘정치 서방’을 깨뜨리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계산과 무관치 않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와 관련,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이 코너에 몰리고 중국이 주도적 위치를 차지한 것도 ‘정치 서방’이 사실상 무력해졌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