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대만 제압한 야구, 금 사냥 사기 넘친다
입력 2010-11-14 00:32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투·타 기둥 추신수(28·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류현진(23·한화)이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고 금메달의 선봉에 서고 있다.
추신수는 13일 광저우 아오티 야구장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1차전에서 투런포 두방으로 강적으로 꼽히던 대만을 6대1로 녹다운 시켰다. 추신수는 대만전을 앞두고 “나는 (메이저리거로서) 큰 경기를 많이 해왔다. 크게 긴장되지도 않는다. 즐긴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하겠다”고 장담했다. 그가 왜 이런 자신감을 내비쳤는지는 곧바로 나타났다. 추신수는 1회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린이하오의 투구를 밀어쳐 투런홈런을 때려냈고, 다음 타석인 3회에도 무사 2루에서 린이하오의 공을 그대로 잡아당겨 오른쪽 담을 훌쩍 넘겼다. 동갑내기인 거포 이대호와 김태균이 아직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고, 대만이 이날 1점만 뽑은 것을 감안하면 공격에서는 추신수가 모든 것을 해결한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20홈런, 20도루를 기록한 추신수라는 이름에 대만 투수들은 이미 기가 죽어있었다. 대만 선발 린하이오는 첫 홈런을 얻어맞고 3회에 추신수를 다시 만났을 때 원바운드 볼을 두 차례나 던졌다. 린하이오 대신 마운드에 올라온 양야오쉰(소프트뱅크)도 주눅들긴 마찬가지였다. 양아오쉰도 소심한 투구를 펼치다 폭투까지 범했다. 대만 관중도 양야오쉰이 내야 땅볼로 추신수를 잡아내자 크게 환호했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류현진이 이름을 과시했다. 직구 구속이 시속 150㎞를 넘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적절히 구사하며 대만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또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별 일 없었다는 듯이 위기를 넘기는 모습은 프로야구 정규리그를 보는 듯 했다. 류현진은 “초반에 추신수가 홈런을 쳐준 덕에 편하게 경기했다”면서 “다음에 대만을 만나더라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14일 홍콩과의 예선 2차전에서 선발 투수 임태훈(두산)의 호투로 15대 0, 6회 콜드 게임으로 이겼다. 2승으로 B조 단독 선두에 오른 한국은 16일 파키스탄과 마지막 조별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광저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