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갈수록 좁아지는 오바마… 중간선거 패배 이어 G20서도 눈에 띄는 성과 못내
입력 2010-11-14 18:5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4개국 순방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뒤 10일 만인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돌아왔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그를 전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 2일 중간선거 대패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은 데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깔끔히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 패배는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추진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 부자 감세조치 연장에 대해선 이미 공화당과 타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 정치는 더 이상 오바마 대통령이 개혁 어젠다를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G20 정상회담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 일각에선 “미국의 리더십이 패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등 보수 세력들은 미국의 외교적 리더십 손상으로 보고 있다. 그토록 강조했던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지 못했고, 경상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내’로 설정하려던 목표도 흐지부지됐다. 독일 등 유럽 우방이나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공화당은 차기 의회가 시작되면 미국의 외교전략에 대한 청문회를 가질 태세다.
주요 언론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성적이 아주 저조하다고 평가하면서 중간선거 대패와 더불어 리더십이 손상됐다고 분석했다. 한·미 FTA를 합의하지 못한 데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의 ‘좌절’ ‘패배’로 표현했다. 한국에 대한 압력 수단이 적지 않은데도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미 정치권 일각에선 중간선거 대패로 주요국 정상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서울 G20 정상회의 때 그런 분위기가 은근히 표출됐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등 전임 민주당 대통령의 핵심 측근 2명은 WP 14일자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위대한 대통령이 되려면 연임을 포기한다고 선언하고, 국익을 우선시하는 경제와 외교의 초당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 시각들이 많아지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