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치 여사 석방, 미얀마 민주화 계기 되길
입력 2010-11-14 18:48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7년 만에 가택연금에서 해제돼 석방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당연한 조치다. 국제사회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수치 여사 석방은 미얀마 군사정권이 20년 만에 총선을 실시해 압승한 지 1주일 만에 이뤄졌다. 불공정한 총선이라는 국제적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석방조치를 취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어찌 됐든 다행스런 일이다.
1988년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결성한 수치 여사는 89년 첫 가택연금 조치를 당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3차례 15년간 구금상태에서 지내 왔다. 비폭력 민주화 운동을 벌인 공로로 노벨평화상(1991)과 유네스코 인권상(2002)을 수상했다. 미얀마 국민에게 민주화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준 유일한 아이콘이 수치 여사였다. 그는 석방 이틀째인 14일 야당 당사에서 행한 연설에서 “국민이 정부를 감독할 때 민주주의가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숱한 탄압을 받았음에도 민주화 의지를 또다시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미얀마 군정은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50년 가까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90년 수치 여사의 NLD가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군정은 투표 결과를 무효화하고 철권통지를 이어 왔다. 간간이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유혈 진압했다. 그러는 동안 미얀마는 세계 최악의 인권 침해국,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전락했다. 이제 군정은 시대착오적 태도에서 벗어나 세계 속으로 걸어 나올 때가 됐다.
군정은 수치 여사 석방을 계기로 국제사회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유엔·국제앰네스티 등 국제기구와 세계 각국의 요구대로 현재 수감 중인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는 게 마땅하다. ‘조건 없는 석방’이라고 군정이 언급한 대로 수치 여사의 자유로운 정치활동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세계 역사에서 보듯 민주화 열망은 무력으로 막을 수 없다. 그러므로 군정은 민주주의와 국민화합으로 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등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수치 여사가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불씨를 다시 되살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