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하는 CEO 김인수 삼창텔레콤 대표 “배역 몰입하면 해방감 느껴”

입력 2010-11-14 17:32


김인수(55) 삼창텔레콤 대표이사는 ‘연극하는 CEO’다. 그는 오디션을 보고 극단 노릇바치에 들어가 ‘안티고네’ 등에 출연한 진짜 연극배우다.

최근 서울 양재동 생활연극네트워크에서 연극 ‘글렌게리 글렌 로스’를 연습중인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의 연극 사랑은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건축학과 74학번인 그는 서울대 공과대학 연극회에서 연극을 접했다.

“졸업 하고 20년 정도 사업에 매진하느라 연극을 잊고 지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극이었습니다.”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료들과 뭉쳤다. 대학에서 함께 연극을 하던 선후배들이었다. 그들이 모여 만든 것이 극단 실극이다. 실극은 CEO, 대기업 간부,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직접 연기도 하고 무대도 만들고 극본을 번역하기도 한다.

실극은 아마추어들의 모임이라고 하기엔 진지하다. 1986년 창단된 후 88년 ‘안내놔?못내놔!’를 시작으로 2∼3년마다 꾸준히 작품을 올려, 지금까지 8회 공연을 했다. 그중에는 ‘코펜하겐’ ‘환상과 착각’ ‘빙벽’ 등 국내 초연작도 있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실극의 회장을 지내기도 한 김 대표는 극단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로 유대감을 꼽았다. “몸과 몸이 부딪히면서 연습을 하니까요. 공연이 잡히면 두세 달은 계속 만나니까 어떤 인간관계보다 끈끈하게 맺어집니다. 그래서 계속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김 대표는 “연극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취감이다. 배역에 몰입해 자신을 잊다보면 해방감을 느낀다. 희로애락을 표현하면 감정 해소가 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실극이 이번에 선보이는 ‘글렌게리 글렌 로스’도 국내 초연작이다. 작가 데이비드 마멧 작으로 84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한때 화려했으나 이제는 한물간 부동산 중개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본주의 사회 생존경쟁의 비극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부동산 중개업자 중 한 사람인 르빈 역을 맡았다. 18일부터 21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3관(02-2030-3602).

글·사진=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