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갈등 '파국' 대신 '상생' 공통분모 찾았다

입력 2010-11-13 01:00

재정, 환율, 금융, 국제기구, 개발 등 5개 정책분야를 동시에 다룬 이번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먼저 신흥국에 손을 내밀어 무역 불균형 해소방안인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등 분야별 정책공조 합의를 이뤄냈지만 양보가 필요한 부분에 있어선 공조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신흥국의 목소리를 더 키우고, 세계적인 대형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데 합의한 것은 성과로 꼽힌다.

다만 국가이익이 걸린 부분은 대부분 내년 프랑스 회의로 넘겨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의제별 성과=서울선언문 발표로 막을 내린 서울 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 각 부문에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금융규제가 시작되고, 세계경제를 쥐고 흔들던 G7(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의 경제 권력이 신흥국이 대거 포함된 G20으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어지럽히던 환율 갈등도 확실한 해법은 아니지만 파국 대신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공통분모는 찾았다.

우선 재정부문에서 선진국은 중장기적인 나라 살림살이 관리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실천하자는 데 합의했다. 또 모든 나라가 동시에 재정의 허리띠를 졸라 매거나 반대로 푸는 데 급급해 세계경기가 뒤흔들리는 우려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표시했다.

환율 문제에 있어선 섣부른 해결책 도입보다는 실타래를 함께 잡고 천천히 풀어가는 방안을 택했다. 미국 측이 의장국인 우리나라의 제안을 받아들여 제시한 경상수지 목표제를 접고,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간접적인 해법을 찾은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금융분야에서도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1단계 조치로 IMF가 마련한 신흥국에 대한 대출제도 개선 등 함께 노력하는 데 합의했다. 개발도상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개발 의제도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방법론을 구체화하기로 합의했다.

◇남은 과제는=무기력해진 세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글로벌 수요 진작과 일자리 창출,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구조개혁 추진 방향을 마련했지만 문제는 서울회의 이후 논의과정이다. ‘위기를 넘어 동반성장(shared growth beyond crisis)’이라는 정책 방향은 제시됐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 합의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국가별 지역별로 다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G20의 정책공조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이번 회의에서 정상 간 정책공조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율 문제만 하더라도 온전한 갈등해소방안 대신 향후 조율 가능성만 열어둔 채 막을 내렸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금융권 최대 관심사였던 글로벌 대형금융사(SIFI)에 대한 규제도 구체적인 제재대상을 정하지도 못한 채 다음 회의로 과제를 넘겼다.

이와 관련 마리오 드라기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은 G20 정상회의 폐막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결과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검토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인정했다.

드라기 의장은 “올해 말까지 SIFI 선정을 위한 양적 질적 기준을 만들면 내년 초반에 기준을 확정한 뒤 6월까지 글로벌 SIFI를 선정하는 작업을 마칠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는 SIFI에 적용할 추가 규제도 마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