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종 297권 조선의궤, 145년만에 제자리로
입력 2010-11-13 01:05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에 사실상 반환키로 합의한 외규장각 도서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국보급 문화재다.
약탈당할 당시 강화도 외규장각에는 왕실 및 국가 주요 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의궤(儀軌)를 비롯해 총 1000여권의 서적이 있었는데 프랑스군은 서적 등 349점을 약탈하고 나머지를 불태웠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천연색으로 섬세하게 정리된 의궤는 당시 왕실 풍속과 왕실생활사, 경제사, 행정사, 건축사, 미술사 등 여러 분야의 풍부한 자료를 담고 있으며 관청 간 업무현황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외규장각은 1782년 정조가 임금의 시문을 보관하던 규장각의 자료들을 더 안전한 곳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강화도에 설치한 규장각 부속기구였다. 당시 규장각에 있던 각종 의궤와 도서들이 이곳으로 옮겨졌고 외규장각은 국가의 주요 기록을 보관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1975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직원으로 근무하던 재불 서지학자 박병선(82) 박사가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외규장각 도서의 목록을 발견하면서다. 이번에 반환키로 합의된 의궤 191종 297권은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던 문화재다. 반환 도서에는 한국에 필사본이 없는 63권이 포함돼 있다.
이들 도서는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 간 협약 체결을 거쳐 반환되는데 한국에 도착하기까지는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휘경원원소도감의궤 1권은 1993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영구임대 형식으로 먼저 우리 측에 반환됐다. 약탈됐던 자료 가운데 나머지는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국내 문화계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 합의 소식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서지학자인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형식의 문제를 떠나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받아야 한다”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낭보이며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탈 문화재를 영구 반환이 아닌 일정기간 임대를 반복하는 대여 형식으로 돌려받기로 한 것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문화유산 시민단체인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영구 반환이 아닌 대여 방식은 인정할 수 없다. 명백한 약탈 문화재를 현실적인 이유로 타협하는 것은 원칙이 없는 것이며 향후 약탈 문화재 환수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병선 박사도 “우리 문화재인데도 반환이 아니고 대여방식으로 돌려받기로 합의가 됐다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단 양국 간에 합의가 이뤄진 만큼 보관 처리와 문화재 지정 추진 문제 등 실질적인 후속 조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광형 선임기자, 륲륳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