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폐막] 경상수지 논의 일정 합의 그쳐 ‘성과 半 아쉬움 半’

입력 2010-11-12 18:36


주요 20개국(G20) 정상 간 환율 관련 합의는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간 합의에 비해 한걸음 더 진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년 프랑스 정상회의에서 환율 갈등의 근본원인인 경상수지 불균형 판단기준(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키로 하는 등 구체화 일정이 잡혀서다. 경주에서 제안된 경상수지 목표제의 대안 격인 ‘조기경보체제’ 도입도 합의됐다. 그러나 합의문 곳곳에 예외를 인정하는 문구가 삽입되면서 환율갈등의 불씨를 완전히 꺼트리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환율유연성 제고’ 추가 의미=환율 관련 합의에서 일부 진전된 문구는 ‘환율유연성 제고’ 부분이다. 일부 외신을 통해 사전 유출된 초안에 담겼던 ‘경쟁적인 통화절하(devaluation) 자제’ 대신 ‘경쟁적인 저평가(undervaluation) 자제’를 삽입하는 내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화절하는 전 회원국이 함께 인위적인 환율시장 개입을 자제하자는 의미가 강하지만 저평가 해소는 화폐가치가 저평가된 나라에게 적정 환율로 맞춰가야 한다는 의미가 강해져 환율 저평가국을 중심으로 큰 반발을 샀다.

대신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자는 내용은 새로 추가됐다. 사실 환율 유연성 확대는 G20간 협의체에서 완전히 새로운 합의결과는 아니다.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부속서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도록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자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부속서 문구가 정상들의 직접적인 의지가 반영되는 전문(Preamble)으로 격상됐다는 의미는 있다.

그러나 좀 더 구속력 있는 문구를 넣으려던 시도가 무산된 것은 물론 신흥국의 예외만 추가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일보 후퇴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상선언문에는 “환율의 고평가가 심화되고 있는 신흥국은 신중하게 설계된 거시건전성 규제 도입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로 달러화가 대거 유입돼 통화가치 상승압박을 받고 있는 신흥국들이 외화자본 유출입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준 셈이다.

◇‘예시적 가이드라인’ 구체화될까=환율갈등의 근본원인 해소를 위해 제안된 경상수지의 과도한 불균형 판단기준인 ‘예시적 가이드라인(indicative guidelines)’ 논의 일정도 구체화됐다. G20 실무그룹 간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경과를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한을 못박진 않았다. ‘차기 의장국인 프랑스가 의장국 수임기간 중 적절한 시기에 착수되고, 수행한다’라고만 돼 있다. ‘적절한 시기’는 예시적 가이드라인 도입 자체가 얼마든지 미뤄질 수 있음을 뜻한다.

정상선언문에는 “다양한 지표들로 구성된 예시적 가이드라인은 예방적 조치와 교정적 조치가 요구되는 큰 불균형의 적기 확인을 촉진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내용도 새로 추가됐다. 경상수지의 수치적 상·하한선인 목표를 정하는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조기경보체제’를 가동하는 데 각국이 합의한 셈이다. 조기경보체제란 회원국의 경제지표를 통해 경상수지의 과도한 불균형이 감지될 경우 각국에 통보해 상호감시체제를 가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위원은 “예시적 가이드라인의 논의 일정만 잡은 것”이라며 “다만 첨예한 갈등국면에 있던 환율문제에 대한 큰 틀의 합의 도출 자체가 나름대로 성과이지만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건 아쉽다”라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