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 감내한 시민정신 G20 행사장 주변·도로 車 2부제 70% 참여

입력 2010-11-12 22:25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2일 출근시간대 서울 시내 교통량은 곳에 따라 최대 31% 감소했다. 차량 10대 중 7대가 2부제에 동참했고 교통 흐름은 전반적으로 원활했다.

경찰청은 12일 오전 7∼9시 서울 시내 주요 지점 46곳의 교통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일에 비해 전체 1만6390대(4.1%)가 줄었다고 밝혔다. 강남권 12곳의 교통량은 6.7%인 9985대 감소했다.

교통량 감소율은 잠실동 종합운동장 앞이 31%로 가장 컸다. 이어 삼성동 포스코 앞 15.3%, 수서IC 12.7%, 한남대교 10.5% 순으로 교통량이 줄었다. 경찰이 파악한 2부제 동참률은 69.4%였다.

경찰은 서울 시내 교통 흐름이 전반적으로 원활한 가운데 일부 구간에서 정체가 빚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후 1시20분쯤 율곡로 왕복 4차로는 양방향이 시속 20㎞ 이하로 가장 정체가 심했다. 센터 관계자는 “율곡로는 이 시간에 차량이 몰리지 않는다”며 “강남 쪽 차량 통제가 심해지면서 차량이 많아진 듯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행사장인 삼성동 코엑스 주변 도로 절반에 철제 울타리를 둘러치고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2호선 삼성역 앞 교차로는 교통신호가 모두 꺼졌다. 경찰관들이 대거 도로로 나와 호루라기와 수신호로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통제했다. 차들은 울타리 바깥 도로를 반씩 나눠 양방향으로 통행했다.

삼성역 방향으로 가는 버스 승객들은 운전사에게 가려는 정류장에 서는지 묻고서야 승차했다. 버스가 삼성역으로 가지 않는 것을 뒤늦게 안 승객들은 도로 한복판에서 내려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잠실동 종합운동장에서 삼성역 쪽으로 가는 버스가 우회하자 승객 대부분이 하차한 뒤 걸어서 삼성교를 건넜다.

지하철 열차가 삼성역에 서지 않고 다음 역으로 직행하면서 바로 옆 정거장인 선릉역은 이용자가 평소보다 40% 늘었다. 선릉역에서 내린 시민들은 삼성역 방향인 1번, 10번 출구로 쏟아져 나왔다.

울타리 외곽에서는 기습 시위가 잇따랐다. 대학생 오모(28)씨는 오후 2시쯤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며 1인 시위를 벌이다 압구정지구대로 연행됐다. 장애인 소녀 성폭행 사건에 대한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성모(21·여)씨는 팻말을 들자마자 경찰에 쫓겨났다. 미국인 조너선 리(13)군은 ‘한반도 비핵화’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3시간 동안 1인 시위를 벌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