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겉도는 노인요양제도] 정부 지원에 ‘우후죽순’… 관리는 손 놔

입력 2010-11-12 21:52


(1) 노인요양원 실태와 문제점

“시아버지를 요양원에 맡기려고 여러 곳을 찾아다녔는데 대부분 시설이 열악했습니다. 노인이 지낼 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 집에서 계속 모시기로 했죠.”

중학교 교사인 이현숙(50·여)씨는 12일 경북 포항시 인덕동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 참사 소식을 들은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아버지가 지낼 요양원을 찾으려고 2년 전 전국을 돌아다녔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부분 방화시설이나 승강기가 없는 곳도 많고 공간도 비좁았다”며 “화재 소식을 들으니 요양원에 보내지 않았던 게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릐급증한 요양원…시설 수준은?=흔히 ‘○○요양원’ 등으로 불리는 노인요양시설 입소 기준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2008년 7월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가족 책임’에 머물던 노인 부양 문제를 사회적 책임으로 공론화시킨 법률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간호·수발 서비스를 지원해준다는 게 골자다.

이 법에 대한 논의는 김대중 정부시절인 2001년 8월 15일 대통령 경축사에서 노인요양보험제도 도입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참여정부 때인 2007년 4월 해당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현실화됐다.

이후 법률 시행으로 노인들이 직접 부담하는 비용이 종전 지출하던 금액의 20%로 줄면서 요양시설 입소 수요가 급증했다. 요양시설은 2008년 1754곳에서 올해 9월 기준 3586곳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요양시설이 급증한 것은 시설을 이용하려는 노인들이 많은데다 신고만 하면 누구나 요양시설 설립이 가능하고 의사가 상주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하지만 이런 양적 성장과 달리 자식들이 노부모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양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요양시설 평가에서 이번에 화재가 난 인덕노인요양센터는 중간 수준인 C등급을 받았다. 상당수 요양원이 이보다 환경이 더 열악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릐“철저한 감독 이뤄져야”=올해 536만명 가량인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5년 638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1955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하는 10년 후엔 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요양시설 관리·감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관계 당국의 부실 행정 탓에 상당수 요양시설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비판이 많다.

경북 포항시 A요양원 관계자 김모(62·여)씨는 “우리 요양원이 갖추고 있는 건 노인들 거동을 돕기 위해 벽마다 봉을 몇 개 설치해 놓은 게 전부”라며 “소규모 요양원은 대부분 시설이 형편없다”고 전했다. 최경숙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상임이사는 “요양원 상당수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인력으로 운영 중인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훈 김수현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