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폐막] 코리아 이니셔티브 성과… 굿바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입력 2010-11-12 18:35


한국은 세계 13위 경제대국이지만 그동안 위상에 걸맞은 국제적 대우를 받지 못했다. 국가 신용등급 평가 절하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저평가)’는 번번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러나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구체화된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는 우리가 그동안 강대국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순응하던 데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 질서의 틀을 짜는 주도적 지위로 올라섰음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한국이 제안한 이슈인 두 가지 코리아 이니셔티브 의제(개발과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는 이번 회의를 통해 원론적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갖추게 됐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적 발전을 꾀하는 개발 의제는 인적자원 개발, 무역, 식량안보, 금융 소외계층 포용 등 총 9개 핵심 분야에 대한 다년간의 행동 계획으로 구체화돼 서울선언문에 들어갔다. 개도국 인프라 재원 확충을 위해 G20 안에 고위급 패널을 설치하고, 선진국의 개발 지식을 공유하기로 합의하는 등 행동지침이 마련된 것이다.

또 개도국을 지원하는 방식이 기존의 자금 지원 일변도에서 개도국의 장기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는 이른바 ‘경제 성장을 동반한 개발’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도 합의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두고 “개도국을 세계경제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개발 분야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두 번째 의제인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한국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의제로, 이번 회의에서 신흥국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또 금융위기는 신흥국이 자초한 것이라는 선진국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에 외화유동성을 사전에 공급해 금융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의미하는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과 관련해서는 이번에 세 가지 제도에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번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합의된 탄력대출제도(FCL) 개선과 예방대출제도(PCL)의 신규 도입이 정상들에 의해 최종 승인됐으며 이번에는 거기에 덧붙여 IMF가 동일한 충격에 노출된 다수의 국가에 FCL을 동시에 제공하는 다국가(multi-country) FCL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코리아 이니셔티브에 대한 논의가 지속될 것이란 점도 의미가 있다. G20 정상들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등 지역 금융 안전망과 IMF 대출 제도를 연계하는 방안 등 보다 발전적인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안호영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정상회의에서 모든 회원국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다”며 “다음 G20 정상회의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