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입법 실수… 강간살인·상해범 형량 반토막으로 줄어

입력 2010-11-12 18:16

법무부·법제처·국회가 법 개정 과정에서 실수로 법조항 일부 문구를 누락해 강간살인이나 강간상해죄가 이전보다 가벼운 형량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강도상해죄로 복역하고 출소한 지 9년 만에 강간상해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1, 2심 재판부는 A씨가 특정강력범죄로 처벌받고도 10년이 지나기 전 재범해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을 적용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개정 법조항에 근거, 단순 강간치상과 강간치상은 특강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전 특강법은 강간으로 상해를 입히거나 목숨을 빼앗은 강간치상·치사인 경우 무조건 특정강력범죄로 분류해 3년 내 재범하면 형량을 두 배로 가중하고, 10년 내 재범하면 집행유예를 배제했다. 문제는 지난 3월 법이 개정되면서 불거졌다.

개정전 특강법 2조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범한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ㆍ준강제추행, 미수범, 미성년자 간음·추행의 죄 및 강간치사상을 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개정 과정에서 ‘∼의 죄 및’ 이라는 자구가 실수로 빠졌다. 따라서 강간치상·치사 역시 흉기 소지나 2인 이상이 저지른 경우에만 특강법으로 처벌받게 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개정 과정에서 벌어졌다”며 “문제를 바로 잡는 개정안을 지난달 말 발의했다”고 해명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