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세계화를 어떻게 보는가… “G20, 절대빈곤·경제적 불평등 해소 계기돼야”

입력 2010-11-12 17:58

12일 폐막된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요 이슈였던 경상수지의 과도한 불균형과 환율제도, 개도국·빈곤국 지원, 투기자본 규제 문제 등은 ‘세계화’에서 파생된 문제다. 따라서 ‘국운 상승’은 역사적·상징적 의미이고 ‘세계화 문제’가 실제 G20 정상회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요 20개국 정상이 모여 해법을 찾고자 했던 세계화 문제에 대해 성경은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세계화란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사람과 물자, 정보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제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제 협력과 분업이 정착되는 과정’을 말한다. 한국사회는 1994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세계화를 천명하고 3년 뒤 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며 그 폐해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절대빈곤이 심화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가속화됐으며, 실업자가 증가하고 노동 위기가 왔다. 문제는 세계화가 한국을 넘어 개발도상국들의 외채문제 악화, 복지사회 이념 후퇴와 삶의 질 악화,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경은 금융자본의 세계지배 현상과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인간이 ‘경제적 동물’로 전락하는 행태를 철저하게 배격하고 있다. 인간이 떡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닌 데다(마 4:4) 본질적으로 하나님과 이웃의 관계에서 실현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마 22:37∼40).

특히 성경은 레위기 25장의 다양한 제도를 통해 사회 약자가 절망하거나 공동체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정가격을 통한 부당이득 금지(14∼17절), 생활터전 보호(29∼34절), 파산자에게 이자 부과 금지(35∼38절), 극심한 빈곤으로 인한 노예화 방치 금지(39∼46절) 규정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안전장치다. 이방인에게 팔리는 동족에 대한 형제애적 연대의무(47∼55절) 또한 공동체적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 말해준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품꾼(55절)인 인간이 50년 주기로 토지를 원소유자에게 돌려주는 희년제도(8∼12절)는 성서적 경제관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다. 부의 편재, 계층의 구분과 양극화 현상을 해체시켜서라도 원래대로 다시 복귀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조용훈 한남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경제성장과 자본중심의 시대에서 레위기법이 너무 이상적인 게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현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사명이 크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대량 소비와 생산, 폐기로는 지구환경이 감당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물질적·소비지향적인 삶의 반성이야말로 우리 시대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