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對 공화당 하원, 공화당내 강·온파 충돌 등 곳곳 지뢰밭… 2011년 美 정치권 ‘파열음’ 우려
입력 2010-11-12 18:12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 하원의 대립, 다수당이 다른 상원과 하원의 충돌, 민주당 내 인적쇄신론 대두, 공화당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 이번 중간선거 결과로 내년 1월부터 바뀌는 워싱턴의 정치지형 곳곳에 깔려있는 지뢰들이다. 양당이 경제 회복을 위해 초당적 대처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년 초부터 미 정치권에는 파열음이 날 것이라는 전망들이 늘고 있다.
우선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립이 불가피하다. 존 베이너 차기 하원의장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원점으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했다. 건강보험법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 공화당은 이 법 시행과 관련된 예산 집행을 거부하거나 최대한 늦추도록 할 방침이다. 또 세출 절차를 활용해 금융개혁법 시행에 필요한 연방 직원들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아 적용 시기를 가급적 늦춘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개혁 조치들이다. 또 기후변화 관련법이나 이민법 등 국가적 현안들에 대해 행정부와 하원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과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의 충돌도 예상된다. 이는 양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될 경우, 법안이나 안건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양당 지도부가 나서서 조율해야 하나 현재로선 그런 분위기가 조만간에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양당의 내부 문제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요소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인적쇄신론이 본격적으로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내 일각에서는 백악관의 정책 및 정치 참모들을 대거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주로 데이비드 액설로드, 발레리 자넷 수석보좌관,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들이 너무 2012년 재선 전략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중간선거에서 대패했다는 것이다. 이들을 지휘했던 램 이매뉴엘 비서실장은 이미 백악관을 떠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직전 백악관 경제팀을 경질함으로써 인적쇄신론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 내각 교체도 예상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자리를 옮길 경우, 대폭적인 내각 쇄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에서는 티파티 성향 의원들로 대변되는 강경파와 기존 지도부가 중심인 온건파의 대립이 예상된다. 중진인 스펜서 바커스 하원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지지했던 상원의원 후보들이 이겼다면 상원도 우리가 다수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장악 실패를 페일린 전 주지사와 티파티 후보들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언론들은 이를 내년 초부터 불어닥칠 공화당 내 권력 갈등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총체적으로 내년 초부터 워싱턴 정치권은 교착상태(gridlock)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정치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