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폐막] 창덕궁·한복·한식·가구… ‘한국의 맛·멋’에 취했다
입력 2010-11-12 21:38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국제기구 대표의 부인들은 12일 한국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전날 서울 한남동 리움박물관에서 진행된 만찬에서 한국의 모던한 이미지를 접했다면, 이날은 한국 전통 생활양식을 체험했다.
릐궁궐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에 매료=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롯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부인인 유순택 여사 등 14명은 오전 창덕궁을 방문했다. 한국 궁궐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창덕궁은 늦가을 청명한 날씨와 어울려 단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부인 등은 전기차를 타고 창덕궁 중문인 숙장문에서 궁중 연못인 ‘부용지’로 이동했다. 부용지와 왕실도서관이었던 규장각을 둘러본 다음 과거시험장이었던 ‘영화당’에서 가야금과 해금, 대금 등의 합주가 어우러진 악곡 ‘영산회상’을 감상했다. ‘연경당’ 앞 불로문에서 김 여사가 “열 번 지나가면 백수를 누린다. 한번 만져주시라”라고 말하자, 부인들은 크게 웃은 뒤 조심스레 만지며 지나가기도 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창덕궁 내 아담한 목조 건물 연경당에서 펼쳐진 한복 패션쇼였다. 전통차와 한과를 즐기며 패션쇼를 관람한 부인들은 한복 특유의 곡선미에 눈을 떼지 못했다. 궁중 의상과 조선 중기 의상, 일반 한복, 금은박 저고리, 파티 한복 등 다양한 의상이 등장할 때마다 영부인들은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직접 촬영하며 연방 감탄사를 쏟아냈다.
릐한옥에서 한식 즐겨=부인들은 이어 성북동 소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한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 한영실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등 국내 여성계 인사 11명이 함께했다. 특별전시관에 마련된 오찬장은 ‘가을’을 테마로 꾸며졌으며, 조선 후기 가구 20여점이 곳곳에 배치돼 은은한 분위기였다. 민요 아리랑과 비틀스 메들리가 가야금 삼중주 선율로 곁들여졌다.
점심 메뉴는 구절판과 삼색전, 너비아니, 궁중신선로, 은대구 구이 등 김 여사가 직접 고른 메뉴가 올랐으며 멸치볶음과 김치, 다시마튀각, 명란젓과 같이 이 대통령이 평소 즐기는 반찬도 제공됐다.
김 여사는 첫 음식으로 구절판이 나오자 옆자리인 멕시코 대통령 부인에게 “나도 타코를 좋아하는데, 한국식 타코라고 생각하고 드시면 된다”며 직접 싸먹는 법을 설명했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전통가옥 10여채로 이뤄졌으며 2000여점의 전통 목가구가 전시돼 있다. 실제 가구의 쓰임새와 생활방식 체험도 가능하다. 꽃담, 창살무늬 등 한옥 특유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한국 전통 건축 디자인 및 실내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한옥의 운치 속에 한식을 즐기기 적합한 장소로 아직 일반에는 공개가 안 됐다. 김 여사는 “저도 대통령님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몇 년간 한옥에 살았는데, 자연과 함께 살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고 소개했다.
릐개별 일정=한국의 의식주를 모두 맛본 부인들은 오찬이 끝난 뒤 개인 취향에 따라 쇼핑과 관광 등 개별 일정을 소화했다. 개별 일정은 문화관광체육부 추천에 따라 각 주한 대사관에서 담당했다. 이때에도 의전과 경호는 한국 정부가 제공했다.
개별 일정을 마친 부인들은 남편과 합류해 일부는 한국을 떠나거나,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특별만찬과 문화공연에 참석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