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카페 교회
입력 2010-11-12 17:50
‘커피를 파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카페는 17∼18세기 영국에서 번창했다. 당시 3000여곳에 달한 영국의 카페들은 문인·정객들이 이용하는 고급 사교장이었다. 프랑스에 살롱 문화가 있었다면 영국엔 카페 문화가 있었던 셈이다.
카페는 산업혁명 이후 큰 변화를 겪는다.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카페의 상당수가 ‘펍(pub)’, 즉 술집으로 변해 대중적 사교 공간이 된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 말하는 카페는 가벼운 식사도 할 수 있는 작은 음식점을 뜻하는데 다소 격식 있는 레스토랑과는 구별된다.
우리나라에선 처음에 서양풍의 고급스런 커피숍이나 조그만 ‘바(Bar)’ 형태의 술집을 카페라고 불렀다. 그 뒤 여급(女給)이 있는 주점으로도 변모했다가 요즘엔 다시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본래의 건전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추세다.
가상공간에도 많은 카페들이 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사이버 공간의 커뮤니티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비슷한 관심과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일은 이미 익숙한 사회적 풍경이 됐다.
이 카페가 요즘 발원지인 영국에서 기독교 부흥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유력 기독교 잡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는 최신호에서 쇠퇴하던 영국의 기독교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그 중심에 카페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페 교회들이 카페는 물론 학교, 스포츠클럽 등 주민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예배 공간으로 활용하며 교세를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카페 교회의 급부상은 기독교가 더 이상 전통적 교회당의 울타리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됨을 일깨워 준다. 이제 사람들이 교회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카페 교회처럼 지역사회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스며들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국내 교회들이 성전 신축 때 카페를 만드는 경향은 바람직하다. 교회 카페는 소속 교인들은 물론 인근 비기독인들도 많이 이용한다. 지역사회의 만남과 소통의 장으로 훌륭하게 기능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기독교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게 된다. 어떤 방식이든 카페가 기독교 부흥에 선용된다면 반가운 일이다.
박동수 선임기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