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선언’ 글로벌 공조 초석되기를

입력 2010-11-12 17:36

지난 이틀간 세계는 서울을 주목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세계경제질서 구축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4번에 걸친 정상회의를 통해 논의해온 의제를 서울 정상회의에서 일부 매듭짓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차기 회의로 연계·성숙시켰기 때문이다.

G20은 세계의 관심에 화답하듯 12일 오후 ‘서울선언’을 발표했다. 서울선언은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로의 이행’과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각국별 정책 이행을 권고하는 서울 액션 플랜, 개도국의 개발 행동계획을 담은 서울 컨센서스를 채택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도국 개발 등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 의제는 일찌감치 매듭지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대출제도 개선, 즉 탄력대출제도(FCL) 예방대출제도(PCL) 등을 새로 도입해 금융안전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동아시아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같은 지역 금융안전망과 IMF가 대립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 연계할 수 있도록 조율한 점도 성과다.

무엇보다 한국의 개발 경험이 가미된 저개발·개도국의 개발 행동계획, 즉 서울 컨센서스가 눈길을 끈다. 우선 G20 정상회의가 금융위기에 대한 초기대응 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균형성장을 지향하기 위해 저개발·개도국의 개발 의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또 미국식 시장경제를 일방적으로 확산시키려는 과거의 워싱턴 컨센서스와 구분되는 서울 컨센서스를 통해 앞으로 한국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환율전쟁, 글로벌 불균형, 핫머니 등의 해법은 최종 합의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당초 목표는 지난달 경주회의에서 합의한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로의 이행’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경상수지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데 있었으나 주요국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환율에 대한 느슨한 규제를 바라는 중국과 독일, 구속력이 있는 규제를 제도화하자는 미국 등의 의견차는 심각해 보였다.

그 와중에서도 G20의 국제공조 노력은 건재했다. 각국은 심야까지 비공식 물밑 접촉을 계속하면서 환율 문제로 국제공조의 틀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데 다시 한 번 공감하고 경상수지 예시적 가이드라인 합의 시한을 내년 G20 프랑스 정상회의까지 연기키로 했다. 이렇듯 환율 유연성 강화 문제는 다음 정상회의의 과제로 넘어갔지만 적어도 G20이 관련 논의를 현안 과제로서 계속 거론토록 한 것은 절반의 성공이라 하겠다.

잔치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G20 각국이 서울선언에서 밝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실천하는 일과 함께 추가 논의에 대한 지속적인 국제공조의 실현이다. 여기에 의장국 한국은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처음으로 맡은 선진국 간 대립 조정 역할, 선진·신흥국 및 G20·비(非)G20 간의 가교 역할에 대한 복기(復碁)를 통해 앞으로 또 맡게 될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위해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평상심으로 돌아와 G20 정상회의 개최로 미뤄뒀던 여러 현안들을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