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진국 수준 면치 못한 노인요양시설
입력 2010-11-12 17:31
경북 포항 노인요양시설 화재 참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정에서 병든 부모를 모시지 못해 요양시설에 맡겼다가 어처구니없는 변을 당했으니 자식들에겐 통탄할 일이겠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가슴이 아프다. 이번 사고의 경우 그리 큰 불이 아닌데도 입소노인 대부분이 중풍, 치매 등 중증 환자들이어서 대피를 못해 10명이나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요양보호사가 신속하게 화재 신고를 하지 못한 것도 화를 키운 원인으로 분석된다.
노인요양시설은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올 9월 현재 3586개소나 운영되고 있다. 일정 기준만 갖추면 개인이나 법인 누구나 설치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 시설은 요양인력이나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사고가 난 요양시설의 경우 지난해 정부 평가에서 중간 수준인 C등급을 받은 곳임에도 갑작스런 화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중증 환자들이 있는 시설에는 불이 났을 때 긴급 피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운영 측면에서도 낙제점이다. 일본 사회복지법인 동화원의 하시모토 다케야 원장은 한국의 노인요양시설을 둘러본 뒤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4인실에서 요양사들이 커튼을 치지 않은 채 기저귀를 갈거나 치매노인 시설에서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문을 잠그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 같으면 고령자학대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라고 한다. 차제에 화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소방점검을 강화하고, 선진 운영기법을 도입해야겠다.